565돌을 맞는 한글날! 그 의미와 뜻을 기리기 위해 각종 문화행사가 전국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

한 방송사에서는 한글날을 기념하여 세종대왕께선 왜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게 됐으며, 과연 어떤 나라를 꿈꿨는지에 대해 풀어갈 ‘뿌리깊은 나무’를 방영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미국의 한 언어학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가 만들어진 이날 즉,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자기 집에서 파티를 연다고까지 한다.

또한 이제 우리 한글은 우리만의 글이 아닌 전 인류의 글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인도네시아의 한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자기 민족의 언어를 표기하는 문자로 한글을 공식 채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 어려운 과정도 있었지만 한글로 인한 새로운 문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말은 있어도 글이 없어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 보존할 수 없었던 문맹국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자신들의 존재감 즉, 인류의 한 부분임을 찾고 실감하며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찌아찌아족의 한글 보급에 이어 2009년 후반부터 끈질긴 노력의 결과로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원주민인 아이마라족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글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볼리비아 한글 보급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찌아찌아족의 한글 채택은 그 대상이 6만 명 정도며 현지시장의 의지에서라고 한다면, 이번 아이마라족은 대상이 2백만 명에 이르며 볼리비아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 등 국가 핵심 권력층이 한글 채택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 파급효과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역시 케이팝(K-pop) 열풍 이후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프랑스 고교에서 한국어 과목이 정규 교과과정에 처음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는 서방세계로 하여금 식민지의 나라, 분단의 나라, 전쟁이 끊이지 않는 낙후된 나라로만 인식되던 대한민국으로선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문화는 곧 소통이다. 펼쳐질 지구촌시대에 이 소통을 감당할 수 있는 문자가 바로 우리의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란 사실에 세계의 석학들은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은 일찍이 글로 문명과 문화를 크게 일으킨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대문화민족이었다.

오늘날과 같이 인터넷이나 TV가 없던 시절엔 지식과 정보습득의 요람은 역시 활자였다. 활자 중에서도 청동기가 발달하면서 대중성과 경제성을 해결하기 위해 금속활자를 생각해 냈고, 그 결과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도 80년이나 앞선 직지심체요절을 탄생시켰다.

따라서 활자기술의 발달을 가져오면서 차원 높은 문화를 연속시켜 올 수 있었다. 그 이전 활자로는 신라 경덕왕 10년에 제작된 목판활자 다라니경이 있다. 또 활자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엔 이야기가 구전됨으로 지식의 전달을 가져왔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 대목에서 관심이 가는 것은 이야기로 전해지던 시절에도 우리는 수많은 가사와 민요를 남김으로 그 어떤 나라보다 우수한 생각과 정신문화를 소유한 민족임을 오늘날 가늠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활자를 통해서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처럼 우수한 활자기술을 보유했다는 사실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오늘날 인터넷 분야 역시 세계를 석권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시대마다 우리는 글로써 문화를 선도해 왔고 또 선도해 가라는 시대적 명령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니 565년 전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오늘날 이 시대에 인류를 향한 등불이었고, 이제 때가 되어 활활 타오르는 제2의 문예부흥(文藝復興)이 이 나라 이 강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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