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글날은 매년 10월 9일로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을 보급·연구하는 일을 장려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더불어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의 업적과 위업을 추모하는 날이기도 한다.

1443년(세종 25년) 완성돼 1446년 음력 9월 상순(양력 10월 상순)에 반포된 훈민정음(訓民正音)의 말뜻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이다. 당시 우리 민족은 중국 글자를 빌려 우리말을 적었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고, 어려운 중국 글자를 아는 백성이 많지 않았다.

이에 백성을 위해 누구라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를 만들고자 했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한글이다. 백성을 위하는 세종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허나 백성을 생각하는 민본정신으로 탄생한 훈민정음이 오늘날 그 정체성을 잃고 헤매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백성이 글을 깨우치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진 한글이건만 오늘날 그 고귀한 뜻은 뒤로하고 정체불명의 언어는 물론 외래어, 외국어가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리의 간판이나 상호명,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것들이 우리말을 떠나 읽기도, 때로는 해석하기도 어려운 언어로 둘러싸여 있는 현실이다.

미장원보다는 헤어숍, 상점보다는 마트가 더 세련돼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굳이 영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우리말보다는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본다. 영어를 잘 알지 못하면 회의를 하거나 대화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또 다른 문제는 영어를 잘하면 유능한 사람이고 반면 영어를 잘 못하면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사회풍토다. 한국에 살면서도 영어를 모르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신(新)문맹(文盲)’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세종대왕이 허탄해할지도 모르겠다.

‘화이팅!’이라는 말보다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평안한 시대에 부르는 노랫소리, 잘한다는 뜻으로 외치는 ‘지화자!’라는 말이 더 흥겹고 정감가지 않는가.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보다 백성의 마음까지 살폈던 우리의 글, 한글을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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