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후보 범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하루 만에 대표직 사의를 거둬들였다. 손 대표의 사퇴 철회는 당 소속 의원들의 간곡한 만류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손 대표가 대표직 사의를 표명하자 총회를 열어 지금은 손 대표가 박원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의 승리에 앞장서야 할 때라며 손 대표의 대표직 사퇴 철회를 결의했다. 김진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손 대표 자택까지 찾아가 의원총회 결과를 설명하며 설득했다. 그렇게 손 대표의 대표직 사의 철회는 우선 일단락됐다. 당과 민주진보 진영 전체에 대한 헌신을 원하는 당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손 대표의 말이 왠지 불편하게 느껴졌다.

해프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번 일을 보고 있자니 한 개인과 특정 정당의 모습이 아닌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물론 청운의 꿈을 안고 들어선 정치의 길에서 누군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하리라 마음먹지 않았으랴마는 작금의 현실은 꿈과는 다르니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국민보다는 당이 우선이고, 나라보다도 당이 우선이 된 정치 현실이 국민을 위해 헌신하리마음 먹은 정치인들까지도 같은 모습으로 찍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판인지 싸움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도 이런 정치 현실을 꼬집는 말이다. 나라를 위한다면, 국민을 위한다면 당끼리 부딪히고 싸울 일이 뭐가 있겠으며 싸울 시간은 어디 있겠는가. 이들 마음의 중심에 진정 국민을 생각하는 안민(安民)의 마음이 있다면,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愛國)의 마음이 있다면 어찌 서로 싸울 일이 있겠는가.

정치인은 쇼맨십도 뛰어나야 한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선거공약은 당선을 위한 공수표가 되기 일쑤고,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기는 힘들어도 모르쇠 하기는 쉬운 정치판에 쇼맨십이 아닌 스포츠맨십이 발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