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요즈음 언론에 박근혜의 나경원 서울시장후보의 지원여부가 관심사인가 보다. 나경원 후보가 한나라당의 서울시장후보로 출마도 하기 전부터 끈질기게 이어온 질문이었고 그때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일관되게 “후보가 정해지면 그때 가서 봐야죠”라고 답했다. “그때 가서 봐야죠”라는 대답은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데 있어서 상상력을 발휘하게 했다. 이제 한나라당의 후보가 정해졌고 언론은 박근혜의 지지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필자가 아는 몇몇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는 것도 역시 박근혜 전 대표의 나경원 시장후보의 지지여부이다.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박근혜 전 대표의 행적을 잘 살펴보라”라고 말을 하곤 했다. 현명한 기자라면 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인데 그래도 이해를 잘하지 못한 것 같아 약간의 보충설명을 해주었다.

이제 서울시장 선거의 지원여부를 박근혜 전 대표의 입으로 말할 시각이 다가 오고 있는 즈음에 ‘박근혜의 행적을 잘 살펴보라’고 말한 필자의 언급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박근혜를 지지하고 관찰해 온 필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난 행적에서 이미 답을 찾았다. 지난 한나라의 대표시절에는 박근혜의 인기는 지금보다 더 높았고 한나라당의 확고부동한 대권후보로 자리 잡았을 때이다. 당내의 민주화를 이루고 대표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한나라당의 대선경쟁구도를 공정하게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당의 민주적인 대선후보 선출에 동의한 것이다.

당대표 시절에는 공천헌금사건으로 김덕룡, 박성범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원칙을 강조했으며 읍참마속의 심정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다. 최연희, 박계동 의원의 성추문사건에서도 단호한 조치를 취했으며 한나라당 내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하여 원칙대로 처리하는 강단 있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런 사건이 있었음에도 한나라당은 50% 이상의 최고의 지지율을 유지했던 것은 박근혜의 지도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종시특별법의 원안 고수는 박근혜의 원칙을 잘 보여주었다. 비록 전 정권에서의 국회표결이었지만 현 정권에 들어와서 뒤집으려고 하는 발상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특별법의 원안고수로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도부와 친이계 의원을 포함한 보수세력 전반의 집중적인 성토를 당했으나 박근혜는 원칙과 정도를 포기하지 않은 대표적인 지도자로 각인되었다. 자신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투쟁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방송법으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을 때 박근혜는 분명한 반대 입장에 섰다. 한나라당의 방송법 통과에 반대했던 박근혜는 한나라당의 방송법 수정안이 나오고 야당의 반대가 끝없이 계속되고 있을 때 “그만하면 됐다”라고 말하면서 수정방송법에 찬성을 하게 된다. 수정방송법의 통과는 여, 야가 만족을 못 하고 방송에 진출하려고 했던 언론사에서조차 불만을 가진 법안이 되고 말았다. 방송법통과로 엄청난 이권을 얻으려고 했던 보수언론은 박근혜로 인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요즈음도 박근혜에 대하여 적대적인 보수언론의 속내를 알 것 같다.

박근혜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정치적인 이익이 아니라 정도와 원칙뿐이었다. 박근혜가 보수층으로부터는 경원시 당했지만 진심을 알아주는 양심적인 보수세력과 중도세력이 있기에 지금까지 지지율을 이어오는 것이라고 본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자행되었던 친이계의 공천 독식현상은 박근혜를 분노하게 했지만 지금까지 한나라당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박근혜의 올곧은 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수없이 나온 탈당요구를 일축하고 한나라당을 지켜온 것은 박근혜의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한나라당이 친이계 지도부가 아무리 선거지원을 요청해도 응할 수 없었던 것은 한나라당의 구태와 청와대만 바라보는 정치에 대한 반감이라고 볼 수 있다. 친이계 지도부가 물러난 자리는 중립적인 의원들로 채워졌고 적어도 친이계는 물러난 형국이니 박근혜가 바라는 한나라당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나경원 시장후보가 전임시장과의 차별성을 들고 나오고 복지당론을 수용할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니 한나라당의 서울시장후보에 대해서 지원하게 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의 박근혜의 침묵은 한나라당에 원인이 있었다. 한나라당의 변화와 나경원 서울시장후보의 확실한 입장표명이 있으니 박근혜의 선택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박근혜가 정치적인 유, 불리를 생각한 정치인이었으면 이 자리에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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