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地·人의 조화를 기원하는 마음

[천지일보=김지현 기자] 먼저 ‘신명(神明)하다’는 것은 ‘신령(神靈)스럽고 이치(理致)에 밝다’는 의미이다. ‘신명(神明)’은 “어떤 계기를 통해 내 몸 안에 신기(神氣)가 들어와 사람 안의 기운과 합쳐져 고도로 흥분된 상태”라고 한다. 이 상태가 되면 정(情)과 한(恨)이 하나로 아우러져 모든 대립과 갈등이 해소되면서 마음이 맑아진다.

이때 신기(神氣)는 미적(美的)으로도 지극히 아름답고 멋진 기운으로 나타나 종교예술로 승화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통 사물놀이와 탈춤, 굿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한국인은 유난히 정이 많으며 정을 준 상대에 대해 희생을 하고 때로는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는다. 이 정이 깨지면 한이 되는데 이를 승화하고 조화시켜 아우르는 것(화쟁; 和諍)이 신명으로 표출되면 흥이 된다.

이 상태가 도교와 불교, 유교(성리학)의 영향을 받아 초월과 해탈의 미감으로 나타난다. 이에 우리 한 민족의 정과 한을 신명과 흥으로 아우르는 것이 우리나라의 종교 예술의 바탕이 되고 있다.

그 가운데 사물놀이의 시원(始原)은 무언가를 두드려서 무리를 하나 되게 하고 그 하나 된 무리의 힘을 모아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일이 바로 우리의 삶 속에서 싹튼 것이다.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것은 풍요로운 농사를 기원하는 제천의식(祭天儀式)과도 관계가 있다. 아무리 사람(人)이 땅(地)에 피땀과 정성을 쏟아서 농사를 지어도 하늘(天)의 도움이 없이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었기 때문에 ‘굿’이나 ‘제사’ ‘사물놀이’ 등으로 사람들이 정성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제천의식에는 반드시 음주가무(飮酒歌舞)가 따랐으며 놀이와 음악이 빠질 수 없었다. 이러한 모습을 상형문자로 나타낸 것이 바로 ‘巫(무)’자인데 이 글자의 윗부분을 가로 지은 획은 하늘을, 아랫부분의 가로 획은 땅을 상징한다.

그리고 하늘(天)과 땅(地)의 사이에는 사람들(人+人)이 있어서 이 天·地·人이 하나로 잘 조화를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제사와 축제를 벌였다. 이것을 우리말로는 ‘굿’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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