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도가니탕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영화 ‘도가니’가 이처럼 온 국민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줄은 미처 몰랐다.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 공지영 작가는 “양심의 법정에 사법부를 세우고 싶다”는 고백을 했다. 한편 현실 법정에서 불의와 싸워야 하는 공판 여검사는 일기장을 통해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 텐데…”라는 씁쓸한 독백을 했다. 이는 뿌리부터 부패한 작금의 세태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단적인 표현들이라 하겠다.

요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도가니는 소외 계층의 인격과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는 현실을 잘 항변하고 있다. 또 영화를 통한 비폭력 무저항주의(無抵抗主義)적 소리 없는 외침은 기득권과 현실제도가 접근하지도 해결하지도 못하는 현실의 벽을 거침없이 허물어 가고 있다.

당시 진실규명을 위해 법인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파면된 후 복직한 교사가 국감장에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에서 높은 벽을 실감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영화 한 편으로 말미암아 충격의 도가니에서 분노의 도가니로 들끓고 있다.
청각장애아동시설인 전남 광주 인화학교 어린이들의 성폭행을 다룬 영화 ‘도가니’는 지난달 22일 개봉해 6일 만에 관객 100만을 돌파하며, 7일 만에 재수사에 들어갈 정도로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영화가 국민들의 감성과 이성을 뒤흔들어놓은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계층인 장애인, 그중에서도 어린 장애학생들이 비인간적 환경에서 참혹한 인권유린을 당해 왔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제도는 외려 가진 자와 힘 있는 자의 손을 들어줬다는 데 대해 국민들은 의분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여파로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당위성과 함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며, 나아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법과 제2의 피해가 없도록 이른바 ‘도가니 방지법’ 제정도 서두르고 있으며, 인화학교 장애학생 위탁교육을 전면 취소하고 학교를 폐쇄키로 결론이 났다. 이제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며 접근해 봐야 할 것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의 무책임이다.

사실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은 이번에 처음 불거진 사건이 아니다. 지난 2005년에 이미 발생했으나 정치권과 언론은 이를 애써 무시해 왔다. 그러나 작가 공지영과 함께 영화 제작진이 이 사태의 실체를 심층적으로 파헤침으로써 사건의 진실은 그 근본에서부터 드러난 셈이다.

2005년 사건 발생 당시 진상조사와 가해자 처벌을 요구해 왔고, 242일간의 농성도 있었다. 또한 학생들은 66일간 등교거부로 맞서 왔으나 교육당국은 수수방관 안일무사 복지부동의 미온적 자세로 일관해 왔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인화학교 사태의 도의적 가해자는 사실 정부 그중에서도 교육당국과 정치권 그리고 언론이며 종교계다.
영화 도가니에 국민들이 그냥 열광하는 게 아니다. 그 저변엔 국민들의 사무친 분노가 담겨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즉, 정부 정치 언론 사회 종교계를 포함한 전반적인 기득권 세력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이번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폭발한 것뿐이다.

이처럼 영화 한 편이 온 세상을 뒤흔들고 있으며 또 바꿔가고 있다. 영화에는 언제나 순기능이 있는 반면 역기능이 공존하고 있다. 이번처럼 순기능적면이 강한 영화도 유례가 없다. 세상법을 개편하게 하는 엄청난 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법인 허가마저 폐쇄시키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의(正義)를 외면하고 불의(不義)가 당연했던 시절 즉, 온갖 권력과 권세와 위력이 살만 났던 시절이 있었다면 이 영화가 분명 깨우치며 부수며 바꿔가는 대혁명의 신호탄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과 그에 따른 반발로 안철수 열풍이 일어났다면, 기득세력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이번 사태를 통해 폭발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이번 도가니 사건으로 말미암아 세상의 정의는 땅에 떨어졌음이 확인됐고, 새로운 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여세를 몰아 진실과 진리와 정의가 살아 숨 쉬며 모두가 함께 사람답게 잘 사는 공의(公儀)의 새 나라를 창조해 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