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양화대교만큼 정치적 수난을 당한 다리도 없다. 양화대교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차치하더라도 순수하게 교통(도로)으로서의 필요성만 따져도 그 중요도는 더 이상 논할 가치조차 없건만 정치적 외풍에 반쪽짜리 아치와 구불구불한 공사판 도로가 위험천만한 지 오래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누구를 위한 중단인지,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이따위 정치적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당장 위험한 도로를 방치하고만 있는 지금의 현실에 서울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위험 방치로 인한 사고에 대해 책임지려는 사람도 지려는 주체도 없건만 한쪽은 빨리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중단해야 한다는 정치적 싸움에 서울시민만 위태위태한 다리를 건너고 있을 뿐이다.

양화대교의 위험성은 이미 지난 5월 인기그룹 빅뱅의 멤버였던 대성의 교통사고로 인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대성은 서울 합정동에서 양평동 방향으로 양화대교 남단을 주행하던 중 1차로에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고 뒤이어 오토바이 앞에서 주변을 살피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바 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망했고 이에 대한 대성의 처벌 및 도로의 위험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필자 역시 양화대교를 자주 지나다니지만 심야시간대의 차량 평균속도는 약 70~80km를 웃도는 반면 도로는 공사 중이라 굴곡이 심하고 점선이 희미해 전방 100m 이상의 시야를 확보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다시 말해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선행사고에 이은 대형사고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화대교는 공사중단과 재개를 2차례나 반복하며 1년 이상 방치되었고 교통사고에 사람이 죽어나가도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쟁을 멈추지 않았음은 물론 현재까지도 정치권의 싸움터가 된 지 오래다.

그런 양화대교가 이번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싸움터가 될 전망이며 또다시 정치게임의 희생양이 될 모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대변인 송호창 변호사는 2일 “서울시는 양화대교 공사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새 시장이 선출된 후 전문가, 시민단체, 시 공무원들이 이 문제를 논의해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박원순 후보가 시장이 될 경우) 타당하다 싶으면 공사를 계속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경원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 측은 논평을 통해 “(박원순 후보 측이) 마치 자신이 벌써 시장이 된 것인 양 오만한 태도”라며 “공정율 80%에 이르는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할 경우 107억 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시민들이 교통에 큰 불편을 겪기 때문에 조속한 마무리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지금 정치권이 한가하게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효율성을 문제삼거나 양화대교를 정치권의 싸움터로 만들 때가 아니라고 본다. 양화대교 공사는 공사비 415억 원 중 전체 공정의 80%가 이미 진행된 상태다. 서울시민이 느끼는 위험과 교통 불편을 담보로 지금 20%의 남은 공정을 가지고 시시비비를 따지기에는 이미 배가 떠나도 한참 떠난 상태다. 오히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문제점 때문에 원상복구를 한다면 더 큰돈이 들어갈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치적 논란거리를 만드는 것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무능이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적 셈법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 양화대교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공사중지만 할 게 아니라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위험구간만이라도 빨리 원상복구를 하든지 그것이 아니라면 빨리 완공시켜 시민들의 안전과 불편을 없애야 했다. 또한, 지금 공정이 80%까지 왔다면 일단 공사를 빨리 마무리하고 공과나 책임에 대해서는 차안에 부쳐도 될 사안이다. 양화대교를 이용하는 서울시민들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러한 불편을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지속시킨단 말인가!

필자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수년이 지난 지금도 양화대교는 서울시민들에게 많은 사고와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20%밖에 남지 않은 공정이라면 우선 시민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고 시시비비나 공과 또는 책임론은 그 이후에 따졌으면 한다. 그것이 정치인이 가져야 할 솔로몬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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