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직접 노래는 잘 못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장르의 음악을 들었다. 동요, 가곡, 클래식, 포크송, 디스코, 랩송, 전통적인 우리의 창 등을 보고 들으면서 우리 문화에도 다양하고 많은 음악세계가 있음을 느꼈다. 특히 요즘 TV에서 ‘나는 가수다’를 비롯해 각종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펼쳐져 전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평범한 보일러공과 조선족 청년이 일약 국민가수로 떠오르고 얼굴 없는 가수가 스타덤에 오르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많은 음악을 즐기는 민족도 전 세계에 아마도 한민족 말고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음주가무’에 능한 한민족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우물래(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미래 준비하기, 회장 권태균)’가 조국에 대한 사랑과 영토수호의 의지를 담아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시행한 제1회 독도아리랑 창작노래 공모전은 전통적인 우리의 음악세계와 다양한 유행 음악 장르가 뒤섞여 질펀한 노래 한마당을 이루었다. 우리의 전통적 노래정서인 아리랑 곡조와 민족의 자존심인 독도를 모티브로 한 이번 독도아리랑 창작노래 공모전에는 총 29곡이 출품됐으며 참가자들이 혼신의 노력을 다한 모습이 엿보였다. (지난 6월 28일 본보 칼럼에 ‘대한민국 새 응원가 독도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콘텐츠가 돼야 한다’는 제목으로 칼럼을 실은 지 3개월여 만에 다시 속편을 쓰게 됐다.)

여러 연령층과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풍의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국민들의 노래 정서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고 깊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축구 국가대표 응원단 ‘붉은 악마’의 응원가 리듬을 일부 빌려 아리랑 곡조에 실어 작곡한 응원가풍, 유치원이나 초등학생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간결하고 명랑한 동요풍, 장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곡풍, 악보를 여러 장 넘길 정도로 섬세하게 작곡된 오케스트라풍, 10대나 20대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랩송풍, 우리의 전통적인 가락을 섞어 만든 판소리풍, 가볍게 흥얼흥얼 따라 부를 수 있는 포크송풍 등 여러 형식의 노래가 선보였다. 아리랑과 독도를 소재로 우리 민족이 마음껏 부르며 민족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하자는 의도로 기획된 공모전에서 이처럼 다양한 장르의 곡이 응모될 줄은 미처 예상 밖이었다.

필자를 비롯한 연출가 표재순, 작곡가 김희갑, 소설가 김병총 씨 등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 10여 명은 심사에서 이처럼 다양한 여러 곡을 들으면서 즐거움과 재미를 많이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추천할 만한 당선작이 없어 여섯 곡을 입선작으로 선정하고 심사회의를 마쳤다. 이번 응모전에서 당선작을 뽑지 못한 것은 독도아리랑의 진정한 취지를 살릴 만한 곡이 없었기 때문이다. 출품된 노래들이 국민들에게 독도사랑을 고취시키고 전통적인 우리 민족의 노래정서인 아리랑의 가치를 빛내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심사평이었다. 여러 장르의 노래들이 출품되기는 했지만 민족의 대표적인 노래로 세상에 내놓기에는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독도아리랑의 진정성을 돋보이게 하는 좋은 가사, 따라 부르기 쉬운 리듬의 곡등 을 당선작의 요건으로 내세웠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표재순씨는 “입선작 중 응원가풍의 노래는 자꾸 들어보면 끌리는 감도 있다. 곡이 가볍고 밝고 힘찬 기운이 느껴지고 함께 노래하기도 편하다. 그러나 가사 내용, 곡 전개 등은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창풍의 노래도 우리의 것을 엮어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리듬과 가사 내용 등에서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이 보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부 심사위원은 이번 심사에서 당선작을 뽑고 매년 공모전을 계속 이어나가 당선작 수준을 높여가자는 제안도 했다.

우물래는 좋은 당선작이 나올 때까지 독도아리랑 공모행사를 매년 정례적으로 가질 예정이며 이번에 선정된 입선작은 이번 행사를 후원한 교원단체 총연합회(회장 안양옥)가 오는 10월 25일 교총이 주관하는 ‘독도의 날’ 행사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당선작을 뽑지 못한 이번 공모전을 독도아리랑의 ‘제1장’으로 부르자. 앞으로 제2, 3, 4장 등으로 이어질 공모전을 통해서 민족이 영원히 부를 수 있는 독도아리랑이 반드시 세상에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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