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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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시장·공정’을 핵심가치로 등장시켰다. 그 가치로 ‘도약과 빠른 성장’을 주문했다. 그게 전통적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여기서 좌파와 우파가 갈라진다. 마르크스는 생산양식을 생산력과 생산관계로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과학·기술·혁신’ 등은 생산력 부분이고, 생산관계는 노동과 자본의 관계다. 그는 자본주의 기본을 중시하면서 설명을 시도한다. 그게 시장사회이고, 시장사회의 보조 수단으로 국가가 언급된다. 시장사회에서 소외가 없어지면, 국가는 자연 소멸하게 된다.

한편 러시아, 중공, 북한은 노동시장(society)이 아닌,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체제이다. 혁명기에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주장했지만, 그 후 계급의 세습은 노동현장과 관계없는 당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동했다. 그를 추종했던, 586 운동권 세력은 그들의 신분이 흔들리면서, 갈 길을 잃었다.

운동권의 궤적을 윤석열 대통령은 ‘반지성주의에 민주주의 위기’라고 했다. 586 운동권 세력은 시장에서 정교한 이론적 메커니즘을 상실하고, ‘홍위병’들로 사회의 난동꾼 역할을 한 것이다. 그들의 이념과 코드로 언론의 도움으로 신전, 선동, 진지전 구축에 몰두했다.

좌파의 원조격인 마르크스는 이론이 정교했다. 그는 공산주의 이론을 펴면서 ‘과학적 사회주의’로 못을 박았다. 마르크스는 노동자 혁명의식(계급의식)을 ‘잉여가치 부분’에 국한 시켰다. 그는 노동현장에서 과잉 정치화를 경계했다. 그는 유물론적 기초에서 자신의 사회주의 이론을 폈고, 생각의 존재론적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지식의 이론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혁명적 사고에 이념과 코드에 의한 것을 경고한 것이다.

그러나 586 운동권은 ‘촛불혁명’은 실제 ‘잉여가치 부분’과 관계없는 서비스 부분의 공무원, 공기업, 공영방송 기자와 PD, 문화계, 종북 단체 등 인사가 가담한 군중혁명이었다. 마르크스 이론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들은 ‘가짜뉴스’로 ‘진지전’을 구축하고, 세뇌를 시킨 것이다.

그런 형태는 세월호 사건에서도 나타난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세월호 사고에서 나올 것 다 나왔다’라고 했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없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조사를 시작하자 금방 끝났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은 8년간 조사를 했다. 세월호 사건이 선전, 선동, 진지전 구축에 도움을 줬다는 말이다. 586 운동권 세력은 처음부터 그들의 정체성을 잘 못 잡은 것이다.

좌파의 원조 마르크스는 시장사회가 ‘정신적 노동’을 유지시키기 위해, ‘자연의 역사 과정’으로 사회의 경제구조 발전을 도모했다. 그는 현장의 물리학자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 결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는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불린다. 그러나 586 운동권 사고와는 전혀 다른 논리의 도출이다.

박근혜 정부 때 초대 인사혁신처 처장을 지낸 이근면 처장은 37년 삼성그룹 인사업무를 담당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경영을 기업경영 같이 했다. 윤석열 정부가 말한 ‘자유·시장·공정’ 핵심가치 원조격인 셈이다.

이 전 처장은 문재인 정부와 신임 윤석열 정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기업과 정부의 인사 행정을 비교한다면… ‘민간에서 정부의 인사 행정을 배워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기업들이 상향평준화하는 동안 정부는 하향평준화하고 있다. 인사는 끝이 아니라 만사의 시작이다. 공무원 개인이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내도록 인사 관리를 해줘야 한다. 공무원은 자원이지 소모품이 아니다. 우리 공직사회는 일 잘하는 공무원을 우대하는 정책보다는 부정부패 감시 기능만 잔뜩 늘려 놓았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면 누가 신명나게 일하겠나. 공무원 비리는 예방과 일벌백계로 근절해야 한다. 그런데 일벌백계도 안 한다. 기업은 공금 횡령하면 해고하지만 정부는 인사 발령만 내고 끝이다”라고 했다(동아일보, 5월 11일). 586 운동권 세력은 세월호, 탄핵 등으로 박근혜 정부를 끌어내렸다. 그 인사들은 시민단체, 공공영역의 인사들이다. 공무원의 경우가 소개됐다. “처장 재임 시절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국민의 미래 부담을 610조원 줄였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종시에서 전패했다는 말이 있다(박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세종시에서 1위를 했지만 공무원 연금 개혁 후 치러진 총선 두 번, 지방선거, 대선에서 당시 여당은 전패했다.) 하지만 연금 개혁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연금 개혁도 않고 공무원만 13만명 가까이 늘려 놓는 바람에 미래 연금 지급액인 연금충당부채가 1139조 2000억원으로 커졌다. 연금 개혁 안 하는 건 세대 착취, 폰지 사기다(동아일보, 5월 11일).”

그 사기의 중심부에 586 운동권 세력이 있었다. 중앙일보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원장(5월 12일)은 “1980년대 이후 진보의 상징이었던 386세대는 점차 정치의 중심에 다가서기 시작했고, 486이 된 2000년대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는 정치의 중심에 다가서기 시작했다. (그들의 성장은 노동현장, 시장사회와 관계가 없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9년간의 보수 정부 시대에 야당의 중심에서 활약하면서 586이 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정부와 정치의 중심이 됐다… 20년이 넘도록 한국 사회의 ‘진보’를 이끌어왔기에 경력이나 명분에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586은 진보가 되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정치의 중심에 있으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또 다른 기득권을 만들고 있다고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강고한 기득권의 카르텔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도 못했다.”

586 운동권 세력은 마르크스 과학적 사회주의와 관계없이 진보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북한의 국가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요즘 러시아에 도움을 받고, 러시아가 대북제재 바람막이도 해줬다. 또한 북한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황금알을 챙겼다. 그게 일장춘몽이다.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 전쟁으로 조지아·카자흐·벨라루스 등이 친서방국가로 변신한다. 처음부터 잘못 들어간 586 운동권 세력이 국가주의는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게 생겼다. 586 운동권 진보는 판을 다시 짜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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