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의원들 만류로 일단 접어, 쇄신 요구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4일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손학규 대표가 경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까지 검토하는 등 민주당에는 온종일 짙은 먹구름이 드러웠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유시민 후보에 밀려 경기지사 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한 데 이어 서울시장 후보마저 배출하지 못하면서 당의 존립 근거마저 흔들리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경선은 제1야당이 무소속 시민후보에게 밀린 모양새여서 민주당이 과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중심을 잡고 대통합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낳게 했다.

측근 의원들의 강한 만류로 일단 수면하로 내려가긴 했으나 손 대표가 이날 오전 내내 대표직 사퇴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은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려는 계산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내에선 쇄신 요구가 쏟아졌다.

이석현 의원은 "민주당은 확실히 패배했다"며 "네 탓, 내 탓 공방으로 허송세월하지 말고 시대흐름에 맞게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했고, 우제창 의원은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여론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현실에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며 "87년 체제의 기득권을 버리고 당 구조를 모조리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외 신진 정치그룹인 `혁신과 통합을 위한 새정치모임'도 이날 모임을 갖고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촉구하고 나섰다.

손 대표 측근 의원들은 민주당이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민주당 주도로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이뤄낸 만큼 박원순 후보를 지원해 오는 26일 선거에서 승리하는데 힘을 쏟는 것이 먼저라는 논리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를 중심으로 야권이 힘을 뭉쳐 한나라당을 꺾는다면 민주당과 손 대표가 추진해온 야권 대통합이 한층 탄력받을 수 있다는 것도 사퇴 만류의 배경이 됐다.

지도부는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드러난 민주당에 대한 쇄신과 변화의 요구를 겸허히 수렴키로 하면서 일단 발등의 불인 서울시장 선거 지원에 온 힘을 쏟기로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박 후보의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지원할 것"이라며 "민주진보세력의 총선 승리와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국민의 염원을 실현하는 주춧돌을 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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