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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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듣기 힘든 소리이다. 독립신문(창간 1896년 4월 7일) 이후 넉넉한 재정으로 ‘사람 위한 투자’라는 말을 듣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신문은 정부가 없었던 일제강점기 시대도 사회 목탁의 역할을 했으나, 아직도 ‘가치’를 전하는 신문으로서 독자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 100년의 풍상의 역사가 부끄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는 말이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신문의 재정 상태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독자와 시청자가 다시 언론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이 때일수록, 신뢰를 추락하는 ‘패거리 오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

초기 언론의 풍속도를 반추(反芻)하자. 지금부터 148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강화도조약(江華島條約)이 체결된 고종 13년(1876년 4월 23일), 조선 정부는 제1차 수신사 김기수(金綺秀)와 그 일행 75명을 일본에 파견했다. 그들은 한성을 출발해 부산포로 가서, 일본 기선 고오류우호(黃龍丸)로 도일, 임무를 마치고 6월 28일 부산포에 귀환, 7월 21일 귀국 보고를 했다. 김기수는 ‘일동기유(日東記遊)’라는 3권의 일본 기행문을 써서 당시 일본의 근대적 문물제도를 조선에 소개했다.

수신사 김기수의 눈에 신문이 금방 들어 왔다. ‘일동기유’ 3권 중의 ‘속상조(俗尙條)’에서 “신문은 날마다 조판된 글자를 인쇄해서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공사의 소식과 거리의 담설을 즉시 사방에 전한다. 그것을 만드는 자는 사업으로 간주하고, 신문에 난 사람은 영욕으로 여긴다. 글자는 깨알 같아 정교함이 비교할 데가 없다. 대개 신문을 만드는 사람은 활동을 좋아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싫어해 일이 없으면 초조해 하고, 일이 있으면 기뻐 날뛴다. 그러므로 작은 일을 보고도 눈썹을 치켜뜨고 몸을 흔들며 열손가락으로 굵되 어디가 가려운지 알지 못하니 이것이 그들의 본성이라 하겠다”라고 적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신문의 문화는 많이 달라졌다. 언론사 안에 그렇게 복닥거릴 필요가 없어 졌고, 1000명이 넘는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도 용산 집무실 아래 크지 않는 규모로 프레스센터를 꾸민다고 한다. 출입처 중심도 이젠 옛 이야기가 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에 따르면 남의 기사 갖고 장사를 하던 포털도 ‘아웃링크(각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 보는 방식)’를 택한다고 한다. 민주당도 ‘포털 입점제한 금지(포털 ‘뉴스 편집권 금지’)’로 누구든 뉴스를 제공하도록 입법화할 전망이다.

한편 언론사는 ‘지구촌’을 상대함으로써, 독자의 범위가 넓어졌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 문화가 확실히 정립됐다. 다음 입법화로는 ‘징벌정 손해배상제’가 기다리고 있다. 각 언론사는 자신의 기사에 책임을 지고, 언론사 공동체의 가치관을 담도록 할 전망이다. 기자가 정신없이 설치다가는 큰 낭패를 당한다.

2014년 4월 16일로 돌아가자. ‘세월호 사건’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국내 언론의 수치였다.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규명이 되지 않는다. 삼풍사건, 성수대교 붕괴 등은 거의 규명이 됐으나, 유독 5.18과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있다. 사고가 아니고, 의도가 포함된 사건이라는 소리이다. 기자는 ‘기레기’로 취급받았다. 그 후 같은 일이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벌어졌다. 그 후유증으로 JTBC는 여전히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 2017년 JTBC 신문을 능가하는 당기 순이익을 얻었으나, 작년 235억원의 적자를 봤다(기자협회보, 4월 20일). ‘최순실 태블릿PC’의 조작 보도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조선·동아의 종편은 11년 만인 2021년 TV조선은 559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봤다. 조선일보 360억원보다 더 많은 흑자를 낸 것이다. 동아일보 경우도 198억원의 흑자로, 채널A 289억원에 비해 떨어진다. 신문사가 재정이 비교적 넉넉해진 것이다. 박정희 정부 말년, 전두환 정부 때 신문이 반짝 호황을 누렸던 것 제외하고는 그렇게 넉넉하지 못했다. 두 회사는 이젠 여유가 생겼으니, ‘능력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 ‘평가에 따른 보상 ’ ‘사람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 ‘올해 사내복지금에 400억원을 추가 출연한다(조선 그룹)’라고 했다(기자협회보, 4월 27일). 그 방향이 맞다.

‘지구촌’ 하에서 전 세계 네티즌을 향해 국내 언론도 외국 언론과 같이 경쟁을 할 입장이다. 기존의 국내 정치용 언론을 지양하고, 국제 감각을 가진 기사를 제공할 필요가 있게 된다. 국내 정치를 계속하면, 권력을 주고, 충성하는 신분집단을 강화할 뿐이다.

지금과 같은 콘텐츠로는 MZ세대가 외국 언론에 맛을 들이게 된다. 천수답(天水畓) 기사가 아닌, 심층적이고, 분석적 기사가 아쉬운 시점이다. 더욱이 경제기사는 공급망 시장을 위해 세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그 수준에 맞출 때 주식거래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독자와 시청자가 만족할 수 있게 된다.

이젠 언론도 외국에서 끌려가는 문화가 아니라, 기자의 교육을 통해 독자적 가치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신문은 4차 산업을 선도할 플랫폼 기업이다. 언론은 광고도 받고, 구독료도 받으면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를 이끈다. 의견이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념과 코드 정보 전달로는 절대로 국경을 넘을 수 없다. 기자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경험세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익숙해지면, 매일매일 귀중한 역사를 기록하고, 서사시를 펼칠 수 있다.

실제는 전혀 다르다. 시대의 절박한 문제도 풀이하지 못하는 기자이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져 기업은 ‘중대재해법’으로 신음하지만, 기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만 관심을 가진다. 국회는 이념과 코드로 법을 만들지만,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중소기업의 81%는 경영부담이 크다고 한다. R&D에 주도적 역할을 할 대학은 저 멀리 있고, 4차 산업의 AI 대체는 요원하고, 중소기업이 담당하기에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든다. 기능공은 오늘도 집회현장에 나가 있다.

사회 곳곳에 커뮤니케이션 단절을 도와줘야 할 기자는 청와대와 국회에만 바글바글하다. 1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각 분야에서 경험세계로 무장한 기자는 평생 자존심을 갖고, 자기 직업에 만족할 수 있게 된다. 현장에서는 항상 고참 기자를 만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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