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지난주 미국 공학한림원(National Academy of Engineering: NAE)은 산업체, 학교, 연구소에서 일하는 45세 이하의 걸출한 공학자들을 구글 본사로 초대하여 ‘공학 프런티어 심포지엄’을 열었다. 초청된 참석자들은 공상과학 TV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나 비슷한 종류의 비디오 게임에 익숙한 X-세대들로서, 풍부한 과학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공학자들을 차세대 리더로 키우는 일환으로 만들어진 행사였다. 3일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토픽이 다루어졌는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마지막 날의 인공신경기관 세션에서 논의된 인공시각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관한 연구였다.

공상과학 TV 시리즈 ‘스타트렉-넥스트제너레이션’에서 장님으로 태어난 기관장 조르디 라포지가 인공시각장치 ‘비저(VISOR)’를 통해 시력을 갖게 되는 상상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시각을 담당한 남가주대학의 제임스 웨일렌드 교수는 최근 인공망막을 통한 시력 회복술의 임상실험이 수십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약 10도의 시야각에서 최대 0.02 정도의 시력을 보였으며 70%의 환자는 큰 글씨를 읽기도 하였다고 전했다.

인간의 몸이 가진 모든 기능은 신경계를 통해 전해지는 미세한 전기신호에 의해 통제된다. 최근 신경생물학과 생명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전기의 생체활동 조절 메커니즘이 알려지면서 쇠약한 신경질환에서 임상학적으로 유용한 삽입식 신경자극장치가 개발되고 있다. 대부분의 장님은 안구 내 광수용체의 퇴화가 원인이고 뇌로 전기자극을 전달하는 망막은 정상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공시각장치는 카메라와, 영상을 자극 전류로 바꾸는 장치, 전기 자극을 망막으로 전달하는 삽입식 활성전극으로 이루어진다.

인공시각의 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물학과 공학 분야에서 더 많은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글씨를 읽거나 얼굴을 알아보려면 최소 1000개의 독립적 화소가 필요하고 망막까지 1000개 이상의 전기신호가 전달되어야 하므로 전기회로를 염분으로부터 보호하는 회로 패키징 기술과 더욱 촘촘한 전극배치를 위한 미세전극 기술의 고도화가 요망된다.

한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뇌 신호를 사용해 사람의 의도를 컴퓨터로 분석하고 파악된 의도에 따라 기계에 재현하는 기술로서 많은 연구기관들이 인간의 생활을 바꿀 차세대 유망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두피에서 측정되는 뇌파를 이용하는 뇌전도(EEG) 방식이 편리성과 안전성의 장점으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전극의 과다사용과 신호의 불안정성 및 긴 학습시간 등으로 실용화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각광받는 방식은 대뇌 피질 바로 위에 전극을 삽입하여 두뇌활동을 분석하는 뇌파측정법(ECoG)으로써, 두피를 침습하는 부담은 있으나 인간의 행동과 연관이 높은 고주파 대역의 감마파를 활용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1년여 전 미국 메이요 클리닉과 노스 플로리다대 공동연구팀은 간질환자 2명을 대상으로 ECoG를 활용하여 생각한 글자를 컴퓨터에 적어내는 실험에 성공하여 기존의 EEG에 비해 월등히 좋은 성능을 얻어낸 바 있다.

이렇듯 사람의 감각과 의도를 읽어내는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시각과 청각 등 감각기관이나 팔과 다리 등 지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 같다. 이 기술은 생명과학, 정보통신, 전자공학, 나노기술 등 많은 기술이 융합되는 기술 분야로써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지만, 국가에서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 미래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에서 장애인들도 정상적인 삶을 함께 누릴 수 있게 하는 휴머니티를 지향하는 과학 기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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