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화석연료의 발견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이 싸고도 풍부하면서도 운반이 편리한 물질은 산업혁명을 견인했고 65억의 인류를 부양하게 됐다. 화석연료가 없는 세상, 이제는 꿈도 꿀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석연료가 고갈된다면? 그 때문에 15일 오후 발생된 정전 사태가 매일 이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 책 제목이 ‘장기비상시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석유시대 이후 정치 사회 경제 환경 등 영역에 새롭게 닥칠 인류 운명을 거시적·미시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석유종말시대 이후 인류가 의지할 대체에너지의 한계성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세세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현재를 2차 세계대전 전년도인 1938년보다 훨씬 암울한 시대라고 진단한다. 지금의 65억 세계 인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망이 도무지 없으며, 삶의 근본 조건이 변함에 따라 인구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 분석이다.

그는 석유 문제의 핵심은 미국이 이슬람 세계와 맺고 있는 병적인 의존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슬람 국가들은 남아 있는 석유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은 그 석유에 중독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온건 노선과 강경 노선을 두루 시도해보았지만 그 무엇도 통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인다.

석유 고갈 시대에 대한 저자의 전망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부국과 빈국,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나라가 받을 경제적 중압감은 상당할 것이며, 점점 줄어드는 석유 공급량을 놓고 갈수록 절박한 경쟁을 벌일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측은 종국엔 반성으로 이어진다. 책은 무절제한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면서 우리 사회가 고쳐야 할 부분을 짚으며 크고 값비싼 것보다는 작고 소박한 것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제인스 하워드 쿤슬러 지음 / 갈라파고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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