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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탈북 작가 림일 씨에겐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익살스러움이 있다. 이러한 성향은 그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투영됐다. 무겁지 않고 친근하게 독자에게 다가서는 게 작품의 특징이다. 최근 펴낸 ‘소설 김정일(시대정신 펴냄)’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어려울 수밖에 없는 주제를 쉽게 풀어냈다는 평가다.

“한반도 평화의 키를 쥐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초점을 맞추고 그를 통해 북한 사회를 흥미롭게 알아갈 수 있도록 작품을 구성했습니다.”

대체로 우리에게 김 위원장은 포악하고 잔인한 독재자 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런 인물을 놓고 ‘재밌는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단다.

“최대한 솔직하게 그렸습니다. 아무리 독재자라지만 그도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이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 않습니까. ‘인간 김정일’의 일상적인 생활을 펼쳐내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평양 토박이다. 평양에서만 28년간 살다가 96년 쿠웨이트 무역 상사로 발령을 받고 97년에 그곳 한국대사관을 통해 남한에 들어왔다. 북한 내에서도 어느 정도 먹고 살만했던 그의 탈북 동기는 ‘자유’였다.

“제가 어렸을 때 큰아버지 환갑잔치를 가기 위해 아버지가 기관에 가서 승인증을 받아 왔어요. 같은 곳에 있는 형을 만나러 가는데 왜 국가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었습니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간부와 중간층이 대부분인 평양 주민은 남한의 직장인처럼 업무가 끝난 후 종종 회식을 한다. 술자리에서 동료 중 한 명이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전쟁 끝나서 고생했는데, 우린 아직도 밥도 걱정하고 이 모양이니 우리 아이들도 똑같지 않겠나? 아무 희망이 없다”고 취중 진담을 했다. 술이 들어가면 으레 있을법한 일인데 다음날, 그 동료는 그대로 사라졌단다.

“북한 내에선 감시하란 말을 안 해도 서로 눈을 치켜뜨고 감시를 합니다. 보고한 사람이 승진을 하기 때문이죠. 자기가 살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다니는 게 북한입니다. 그걸 보고 여기가 정말 무서운 곳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때 탈북 결심을 했죠.”

이어지는 그의 말엔 ‘자유’에 대한 갈망이 진득이 묻어났다.

“북한 사람들은 항상 수심에 차있습니다. 사상 통제를 위해 당에서 학습시키고 과제물을 주고 무언가를 만들어오라고 할당을 합니다. 또 배급을 안 주니까, 밥 먹을 걱정해야죠. 외국에 나가 보니 일상적인 모습, 사람으로서 자기의 행복이랄까 이런 것을 다 가지고 권리를 누리고 사는 외국인의 모습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탈북 작가인 그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사명은 ‘대변인’이었다.

“2400만 북한 주민의 입엔 자물쇠가 채워져 있습니다. 그들의 말 못하는 사정을 대변하는 것이 저희 탈북 작가들의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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