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직원들이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기지국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제공: KT) ⓒ천지일보 2021.4.26
KT 직원들이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기지국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제공: KT) ⓒ천지일보 2021.4.26

여러 국가사업 수주하고 병행하려다

통신 품질에 문제 생겨 다시 구축 중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구축의 주사업자 KT(대표이사 구현모)가 잘못된 설계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14일 국회 관계자와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2020년경 완공한 재난망을 현재 유지·보수해야 할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기지국을 이설하는 등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있는 데에 수백억원의 비용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행정안전부(행안부)와 이동통신 3사의 협상에서 통상적으로는 제안 요청서(RFP)에 나와 있는 조건 외에 구두로 추가적인 제안을 통해 낙찰자가 선정된다. 추가적인 제안은 100% 완벽하게 이행된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축소되거나 하는 방향으로 수행된다. 아예 없던 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재난망과 관련해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커버리지다. 행안부는 전국의 98% 이상을 커버하라고 규격서를 내놓았으며 이 가운데 KT는 점수를 더 따내기 위해 100%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KT가 주사업자로, SK텔레콤이 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

첫 번째 문제는 100% 달성이 업계에서는 불가능한 수치로 보인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이를 빠르게 이행하기 위해 KT가 설계를 대충했다는 것이다. 통신 사업자는 기지국을 설치하기 전에 어느 지역에 기지국을 얼마나 설치할지, 안테나 각도는 몇 도로 세울지 등을 정밀하게 결정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지국을 설치할 때 전파 간섭이 없게끔 최적의 설계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KT는 그렇지 못했다”며 “그 결과 KT가 함께 하고 있는 철도통합무선망(LTE-R) 사업과 전파 혼·간섭이 매우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KT가 수주한 LTE-R 국가사업은 전체의 2/3에 달한다. 이른 시일 내에 100% 커버리지를 목표로 재난망을 깔다 보니 설계를 잘못했고 이에 통신이 두절될 정도로 재난망과 철도 사업 간 전파 간섭이 심한 상황이다. 때문에 KT는 재작년에 재난망 설치를 완료하고 지금 유지·보수할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다시 기지국을 이설하고 안테나의 각도를 조절하고 있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추가 비용이 수백억대로 발생하고 있으며 전파 간섭으로 당장 재난망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이동중계기 차량이라는 게 있다. 재난 상황이나 이런 때에 출동하는 장비인데 이 차량이 없을 때도 전파 혼·간섭이 심한 상황이라서 이 장비가 투입됐을 때의 혼선은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안부에 KT가 사업 수주를 위해) 제안하는 부서는 따로 있고 실제 망을 유지·보수하는 부서는 다르다”며 “업계에 소문이 파다한 걸 보면 거기가 정말 힘든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KT에도 사실관계를 문의했지만 KT 관계자는 “사실을 확인해 드리긴 어려울 듯하다”며 “저희는 관련 기관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지국 이설은 한 적이 없으며 일부 간섭구간이 발생한 것은 KT만 해당하지 않는다”며 “전파간섭이 통신이 두절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행안부는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경찰·소방·해경 등 재난관련기관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하며 신속하게 현장 대응을 할 수 있도록 4세대 무선통신기술(PS-LTE, Public Safety-Long Term Evolution)이 적용된 전국 단일 재난망의 구축을 지난해 3월 완료하고 준공 및 개통한다고 같은 해 밝힌 바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 (통신 3사가) 이걸 구축하면 선도적인 이미지나 상징성을 갖는 줄 알고 사업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뛰어 들었지만 재난망이라는 거 자체가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 분야였다”며 “막상 해보니 돈도 안 되고 골치가 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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