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 연원회 고정표 의장 인터뷰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인간과 자연, 신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우주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는 민족종교 천도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것은 진정한 평등과 자유가 넘쳐나는 ‘지상천국의 건설’이기도 하다. 이 천도교에는 ‘연원회’라는 중요한 조직이 있는데 이는 천도교의 정신적 교화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협의기구다. 의암성사(손병희)의 기백과 정기가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현장인 봉황각에서 고정표 연원회 의장을 만났다.

▲ 고정표 의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청소년 때 만난 천도교

고정표 연원회 의장은 내년이면 팔십이 된다. 머리에 백설이 하얗게 내렸지만 그의 피부는 탄력이 있고 목소리는 힘이 있다. 머리 염색을 하면 20살은 족히 젊어 보일 것 같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자 그의 고향인 남해를 비롯한 경상도 지역에 천도교가 널리 퍼졌는데 그 중심에는 신용구(1883~1967, 전 천도교 교령) 선생이 있었다. 신용구 선생은 도력이 높은 분으로 경상도 일대에 60만여 명을 포덕했다고 한다.

그의 마을에도 천도교인이 있었는데 그는 고 의장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마흔이 넘은 어른이 열네 살 먹은 고 의장에게 자주 놀러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고 의장은 자연스럽게 천도교 유소년 활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피도 조선 뼈도 조선, 죽어도 대한 살아도 대한, 대한이로세 에헤디야 대한이로세….’ 그때 그는 ‘대한의 노래’를 가르쳐줬는데 민족의 혼을 불어 넣어주는 노래를 따라 부르니 고 의장은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
고 의장에게 천도교의 가르침 중 특별히 와 닿는 것을 묻자 “수심정기(守心正氣)”라고 답했다. 이는 항상 한울님의 마음을 잃지 않으며 도(道)의 기운을 길러 천인합일(天人合一)에 이르고자 하는 수련 방법으로 성경신(誠敬信), 즉 정성‧공경‧믿음으로 공부하는 것이라 한다. 그는“다시 말하면 사람이 한울님의 마음과 기운을 받아서 사람과 한울이 둘이 아니요, 한울 기운이 내 기운이 되고 내 기운이 한울 기운이 돼 이 세상을 운용해 가는 주인이 됐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콩에 씨눈이 있어 발아하듯 모든 씨에는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고 의장은 우주를 운행하는 분은 한울님이라며 한울님은 우주 허공에 계신 게 아니라 우리 마음 궁전에 계시니 자기를 속이면 크게 벌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을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자신은 안다”며 “‘자기를 속이지 않는 신앙인이 돼라’는 스승의 가르침은 언제 생각해 봐도 참된 것”이라며 항상 그 말을 마음속 깊이 되새기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천도교의 윤리는 ‘사인여천(事人如天)’으로 사람을 섬기기를 하늘 같이 하라는 뜻이다. 한울님은 우주의 허공에 있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궁전삼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마음에 악을 품고 악을 행하는 사람은 한울님의 간섭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고 의장은 “사람이 집을 짓고 잘 관리하면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지만 관리를 잘 못하면 주인 행세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에 한울님을 모실 수 있는 심성이 되지 못하면 한울님의 감응을 받을 수 없다”며 “좋은 일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나쁜 생각을 하면 나쁜 일이 생기듯이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나쁜 마음을 품으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하루에 좋은 생각을 한 가지씩 하면 봄 동산의 새싹과 같이 자라는 게 보이지는 않지만 좋은 일이 자라나고, 나쁜 생각을 하면 칼 가는 숫돌과 같이 닳아서 좋은 일이 없어진다”면서 착한 마음을 품고 살아갈 것을 권했다.

◆“가슴에 불 꺼지면 안돼
‘사람이 꿈과 희망이 없으면 죽은 송장과 같다’는 고 의장은 꿈과 희망을 잃지 말고, 남을 부러워하는 대신 남이 나를 부러워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천도교인이 되자고 당부했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는 게 고 의장의 생각이다. 세계 인류를 지도할 운명으로 태어난 민족이라는 게 그 이유다. 수운대신사가 후천 5만 년 개벽운수를 대한민국에서 받았기 때문에 온 인류가 우리 민족을 따라 온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정신지도 국가가 된다는 얘기다.

지도자라면 아랫사람의 마음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고 의장은 강조한다. 그는 “지도자는 항상 자기가 우월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남을 보살펴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아랫사람을 나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를 쉼 없이 연구해야 하며 또 상대방이 어려움을 겪으면 내가 잘 보살피지 못했구나 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자의 덕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지도자는 가슴에 불이 꺼지면 안 된다”며 살아 움직이는 정신을 가진 지도자를 강조하는 고 의장의 모습에서천도교의 희망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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