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서 ‘도가니’ 열풍이 불고 있다.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 혹은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도가니’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다.

덩달아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와 영화 ‘도가니’도 많은 누리꾼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 동명의 소설과 영화는 광주에 위치한 인화학교에서 실제 발생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한 실화다.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교육기관인 광주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2006년 세상에 알려지면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한 학생이 친구들을 통해 들은 성폭력 이야기를 부모에게 알리면서 밝혀진 이 사건은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교장과 행정실장을 포함한 가해자가 6명이었으며, 초·중·고등학교 피해학생이 9명으로 밝혀졌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더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 사건으로 성폭력 가해자 6명은 형사고발됐으며, 2명은 성범죄 행위의 은폐·축소에 관련된 혐의로 추가 고발됐다.

문제가 된 광주인화학교는 가해자인 교장과 행정실장이 학교 설립 이사장의 큰 아들과 작은 아들, 처남과 동서지간이 근로시설장과 인화원장 등의 중요 직책을 맡는 등 족벌체제로 운영돼 피해 사실을 은폐하기에 수월했다.

정작 문제는 가해자 6명 중 2명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됐으며, 성범죄 은폐 교사 2명은 처벌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고 복역하던 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또 집행유예 3년이 되는 등 가해자 2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는 것이다. 당시 피해 학생들은 아직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데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못했고 이후 같은 학교에 복직해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범죄 은폐혐의로 고발된 교사 2명도 현재 복직돼 교사로 일하며 또 다른 가해 교사도 현재 교사로 재직 중에 있다고 한다. 교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비단 이 사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직을 포함한 경징계 처분을 받은 성폭력 교사들이 교직에 복귀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또 다시 마수의 손을 뻗칠지도 모르건만 교사의 권리를 운운하며 죗값을 치렀다는 이유만으로 과연 이들에게 면죄부를 줘도 되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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