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1·2분과, 과학기술교육분과 업무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3.3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1·2분과, 과학기술교육분과 업무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3.31

이달 중 vs 5월 11일부터

현 정부 의지에 달려 있어

지방선거 표심 위해 文따를수도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다주택자 중과 유예를 위해 발벗고 나섰으나 올해 시행 시점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중과 배제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당장 4월부터도 시행할 수 있지만, 문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투기세력으로 보고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현 정부 임기 내 시행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더불어민주당의 표심을 위해 정부가 결국 백기를 들고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를 한시적으로 배제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인수위 경제1분과 최상목 간사는 지난달 31일 경제분과 업무보고 브리핑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중과세율이 아닌 최고 45%의 기본세율을 적용해 한시적으로 세금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2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를, 3주택자에는 30%포인트를 중과한다. 이는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집을 팔 경우 양도 차익의 최고 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인데,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세금은 82.5%까지 올라간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해선 불공정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따라서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다주택 중과 제외 대상에 ‘보유 기간 2년 이상인 주택 양도’를 추가하면 다주택자도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면할 수 있다는 방안이 제기된다.

다만 법률에서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 양도에 대해선 세율 중과를 규정하고 있어 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2년 미만 보유자는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결국 항구적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위해서는 소득세법을 고치는 방법밖에 없다.

인수위는 일단 한시적인 중과 배제를 시행하고 향후 부동산 세제 정상화 과정에서 다주택 중과세 정책 자체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중과 배제 시점이다. 인수위의 발표로 다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는 기정사실이 됐지만, 이 조치가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현 정부의 의지에 달린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기업 영상 간담회'에 참석해 노바백스사의 스탠리 에르크 대표이사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출처: 뉴시스)

시행령 개정은 국회의 동의 없이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이다. 일단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고 시행령 개정 등 행정 절차를 마친 뒤 소급하면 당장 발표일 다음 날부터 중과 배제 적용이 가능하다.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배제했던 2019년 12.16 대책 발표 당시에도 바로 다음날인 12월 17일부터 이듬해 6월 30일까지 중과 배제를 해준 사례가 있다.

당장 이달 중에라도 정부가 발표만 하면 중과 배제 시행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문 정부는 다주택자를 철저하게 규제완화에서 배제하고 있다. 최근 1주택자에게만 보유세를 작년 수준으로 동결시켰다. 양도세 중과 배제는 문 정부의 철학과는 거리가 먼 정책인 셈이다.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 카드를 꺼냈음에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며 반대의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는 지난 2014년 폐지됐으나 문 정부가 부활시킨 제도다. 문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보고 취득·보유·양도 등 전방위에 걸쳐 다주택자 규제를 시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문 정부가 배제를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수위는 만일 현 정부에서 양도세 중과 배제가 추진되지 않을 경우 차기 정부 출범 다음 날인 5월 1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차는 한 달 정도밖에 불과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이미 주택 매도를 절차 중인 다주택자에게는 세금 수억원이 더 나가는 상황이라 예민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결국 문 정부로서도 임기 내 양도세 중과 배제를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확한 시행 시점은 당·청 논의 등을 거쳐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진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의 아파트단지. ⓒ천지일보 2022.03.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의 아파트단지.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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