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줄서기 끝 번호표 받고 안도…2시간만에 5일치 나가

(성남·수원=연합뉴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에 대한 가지급금 신청이 22일부터 시작되면서 경기지역 토마토저축은행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금융당국이 인터넷 신청을 독려했지만 불안한 예금자들은 전날부터 줄서기를 시작해 지점마다 50~300여명씩 돗자리나 담요, 종이상자를 깔고 밤을 새웠다.

더구나 고령의 예금자들은 기온이 급강하해 겨올 옷과 담요, 이불을 덮어쓰고 혹독한 밤을 보내야 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이날 영업정지 발표(18일) 이후 4일 만에 은행 문을 열었으나 당일 오전·오후 시간대별로 번호표를 가진 예금자에 대해서만 창구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성남시 신흥3동 토마토저축은행 성남본점 앞에는 이날 오전 한때 가지급금 신청 시작을 전후해 몰려든 예금자가 800여명으로 불어나고 대기형렬이 500m 안팎까지 늘어섰다.

성남본점은 오전 7시20분께 지하 회의실을 개방한 다음 오전 9시부터 20명씩 1층 창구로 올려보내 신청업무를 진행했다.

장시간 대기한 예금자들은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가 하면 여기저기에서 "새치기하지 말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대기행렬에는 휠체어를 탄 60대 장애인도 눈에 띄었다.

21일 오전 7시부터 친구와 교대로 기다린 끝에 1번으로 가지급금을 신청한 문모(65·여)씨는 "지난 5월 5천만원 예금 만기가 되자 직원이 자산이 튼튼하다며 재불입을 권유해 믿고 맡겼는데 이 지경이 됐다"며 "빵만 먹고 날밤을 지샜지만 신청하고 나니 조금은 후련하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8시부터 세 번째로 줄을 섰던 김모(50.여)씨는 "어젯밤 옆 사람에게 부탁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리를 잃어버렸다"며 "다행히 사위가 인근 대행은행 지점에서 번호표를 받았다"며 안도했다.

오전 7시에 나왔다는 김모(70)씨는 "저와 아내가 각각 1천500만원과 2천200만원을 예금했고 딸이 후순위채 1천500만원에 투자했다"며 "5년째 암투병 중인 남편 모르게 후순위채를 산 딸은 신음전폐하고 앓아 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50대 여성 강모씨는 "어제 저녁을 굶고 밤샘 대기했다"며 "오후에 접수시간이 잡혀 은행 앞에서 계속 머물다가 접수하고 귀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남본점은 이날 220명(오전 110명, 오후 120명)에 대한 가지금급 신청을 받을 계획이나 2시간 만에 5일치분 1천여명이 번호표를 받아갔다.

수원시 인계동 수원지점에도 인파가 몰려 오전 8시부터 번호표 배부가 시작돼 2시간만에 900여명(하루 신청인원 150명)이 번호표를 받아갔다.

그러나 밤샘 기다려 받아든 번호표에 순번 대신 '22일 오전' 또는 '23일 오후'라고만 적혀 있자, 일부 고객은 "헛수고 한 것 아니냐"며 은행 직원에게 욕설과 고성을 섞어 항의하기도 했다.

전날 밤샘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 지점 주변에는 스티로폼과 종이상자, 음식물 쓰레기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가지급금 신청 대행 기관으로 지정된 저축은행 주변 농협중앙회 지점과 시중 은행 창구에도 예금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부 예금주는 인터넷으로 신청하려다가 서버 과부하로 접속이 지연되자 뒤늦게 은행으로 나와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저축은행 주변에 경찰력을 배치해 질서 유지를 돕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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