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과 수장절의 유래와 의미

[천지일보=김지현ㆍ박준성ㆍ손선국기자] 들의 알곡들이 보기 좋게 무르익어가는 추수의 계절, 가을이다. 대자연의 계절적인 변화에 따라 역사적으로 각 종단마다 지켜온 갖가지 절기가 있고 그 절기를 지키는 의미가 나름대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추수 감사’에 관련된 종단별 풍습을 보면 음력 8월 대보름이면 불교에서는 각단(各壇)에 공양과 함께 햇과일을 올리고 각 사찰마다 조상들을 위한 차례(茶禮)를 행한다. 한가위를 명절로 여기는 민속은 고대사회로부터 달과 관련해 전승됐다. 이후 농경시대에 풍작(豊作)을 감사하는 의식이 첨가되고 유교시대에 들어 추원보본(追遠報本; 조상의 덕(德)을 기리고 제사에 정성을 다하며 자기가 태어난 근본을 잊지 않고 은혜를 갚음)하는 의미에서 조상숭배 의식이 형성됐다.

만월(滿月)의 명절, 한가위에 중국에서는 보름달 모양의 월병(月餠)을 만들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반달 모양의 송편을 만들어 먹는다.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민간신앙을 가지면서 반월(半月)을 택한 것은 ‘발전’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추석이나 불교의 중앙절을 전후해 ‘올게심니’를 해서 풍년에 대해 감사하고 또 이듬해의 풍작을 기대하기도 했다. 올게심니란 벼, 수수, 조 따위의 이삭을 묶어 방문이나 기둥 따위에 걸어 두는 풍습이다.

종교마다 경서(經書)가 있을진대 그 경서에는 각각 때에 따라 지키는 절기가 있다. 그 중에서 기독교의 경서인 성경(聖經)에 보면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3대 절기로 ‘유월절, 초막절(맥추절), 수장절’이 있다고 한다. 출애굽기 34장에 보면 “가을에는 수장절을 지키라(출 34:22)”는 기록이 있다.

수장절(收藏節)에서 ‘수장(收藏)’의 사전적 의미는 ‘거둘 수, 감출 장’, 즉 ‘열매를 거두어 곳간에 저장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열매는 “그가 그 조물 중에 우리로 한 첫 열매가 되게 하시려고 자기의 뜻을 좇아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셨느니라(약 1:18)”는 말씀과 같이 ‘진리의 말씀으로 낳은 성도’, 즉 첫 열매를 의미한다.

‘곳간에 저장한다’고 할 때 곳간은 ‘천국(天國)’을 의미한다. 그 곳간은 육이 죽어서 가는 천국이 아니라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이 땅에 이루어지는(마 6:10) 하나님의 나라(계 21:1~2)다. 그곳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인 씨(눅 8:11)로 거듭난 천국(마 13:24)의 아들들(마 13:38), 즉 하나님의 자녀들이 모여 있는 시온 산(계 14:1)이다.

‘수장절 감사 예배’는 수장절을 맞아 진리의 말씀으로 낳은 첫 열매들이 하나님의 은혜에 보은(報恩)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산 제사, 즉 영적 예배를 뜻한다.

로마서 12장에서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 12:1)”고 했듯이 ‘수장절 감사 예배’는 추수한 곡물이나 과일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사람의 몸과 마음, 그리고 뜻을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하나님께 온전히 바치기를 원하신다는 것이다.

◆미국ㆍ한국교회 추수감사절의 유래

추수감사절은 미국에서 1600년대 초 영국의 청교도들에 의해 시작됐다. 이들은 1620년 12월 북미 대륙 동북쪽 해변의 한 지역에 상륙해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원주민들을 도왔다.

청교도들은 이듬해 봄에 농사를 지어 곡식을 가꾸고 10월경 첫 추수를 통해 풍성한 수확을 거둬들이게 됐다.

이들은 농사를 잘 짓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표하기 위해 3일간 축제를 열었다. 그리고 토착민인 인디언을 초청해 추수한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고 칠면조를 먹은 것이 미국 추수감사절의 시작이었다.

이를 계기로 링컨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11월의 마지막 목요일로 정하고 연례적인 축일로 선포했다. 이후 1941년 법령이 바뀌어 11월의 네 번째 목요일로 변경됐다.

이후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국경일 중 하나로 매년 지켜지고 있다. 추수감사절은 신에게 추수를 감사하기 위한 종교적인 의미가 있어 미국의 가정에서는 이때 저녁식사 전후로 기도하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다.

한국교회에서 추수감사절을 지키게 된 것은 1904년 제4회 조선예수교장로회 공의회에서 11월 10일을 감사일로 선정한 때부터다. 1914년에는 각 교파 선교부 회의에서 미국 선교사가 입국한 날을 기념해 11월 셋째 주 수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했다.

이후 수요일에서 일요일로 바뀌어 현재 대부분 한국교회는 매년 11월 셋째 주 일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고 있다. 일부는 추수시기에 맞춰 11월 첫째 주로 바꿔 지키는 교회들도 있다.

◆구약ㆍ신약 수장절의 변천史와 ‘추수’의 영적 의미

 

추수감사절과 비슷한 의미의 절기가 성경에는 ‘수장절(收藏節)’로 표현되고 있다. 구약시대 애굽(이집트)에서 나온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 땅에서 처음으로 농사를 지어 곡식을 거뒀다. 이것을 기념하는 것이 수장절이었다.

수장절은 하나님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지만 가나안 땅에서 처음 얻은 소출을 기념하고 신께 감사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수장절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율법으로 선포돼 1500여 년 동안 지켜져 왔지만 신약시대에 가서는 그 의미가 바뀌게 된다.

약 2000년 전 예수의 부활‧승천 후에 기록된 신약 성경에는 수장절이란 절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대대로 지키라고 한 이 절기를 예수와 제자들은 어떻게 지켰을까? 예수는 수장절이란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추수(요 4:35)’라는 말은 사용했다.

여기서 말한 추수란 세상에서 짓는 농사가 아닌 ‘영적인 농사’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예수는 아버지인 요셉을 따라 목수 일을 했고 농사를 짓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영적인 추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예수는 마태복음 13장 24절에 자신을 좋은 씨를 뿌리는 ‘인자’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이 씨는 누가복음 8장 11절에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했으니 영적인 씨를 가리킨다. 또 하나님의 좋은 씨로 자란 곡식을 알곡 성도 곧 천국의 자녀(마 13:38)라고 했으니 추수도 영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영적 수장절, 첫 열매인 신앙인 추수해 천국에 들여”
소나 양을 잡아 하늘에 제를 올리던 육적인 ‘제사’는 예수님 시대 이후 영적인 의미인 ‘예배’로 그 형식이 변형됐다. 성경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들이 약속을 따라 영원한 규례, 수장절을 지키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신앙인들은 교회에서 수장절감사예배를 드리고 있을까. 대부분의 교회에서 신자들은 농사의 첫 소산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추수감사예배를 드리고 있다.

서울 노원구 박해일(상배교회) 씨는 “교회에서 수장절을 지키라고 하거나 그런 말을 하는 목사님을 만나지 못했다”며 “추수감사절이 되면 헌물 대신 감사헌금을 낸다. 그리스도인들이 수장절을 지켜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수장절에 대해 생소한 반응을 나타냈다.

상일교회 김지명(서울 중구) 목사는 “이스라엘의 7절기 중 수장절은 우리의 추석과 같으며 일 년 농사를 마무리한 소산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는 절기”라며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처음 도착해 교회를 세우고 학교를 세운 후 감사했던 추수감사절도 수장절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천지예수교회 이지연 강사는 “수장절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이 지켜야 할 영원한 규례”라며 “수장절의 진정한 의미에는 영적인 뜻이 담겨 있다. 농사의 첫 소산물을 하늘에 드리는 단순한 의미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농부라 하고 하나님의 씨(진리의 말씀)로 지음 받은 그리스도인이 첫 열매(약 1:18)라고 하셨다”며 “이 첫 열매를 거두어 하나님의 곳간으로 수장(收藏)한다는 의미가 수장절의 참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늘날 세상 끝, 곧 추수 때(마 13:39)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거듭나서(요 3:5) 하나님의 곳간, 곧 천국에 천사에 의해 추수(계 14:14~16)되길 바라는 소망을 품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