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업체에 의해 남녀 대학생이 합숙하면서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불법 다단계에 빠진 대학생들은 작은 합숙소에서 남녀 구분 없이 빽빽하게 모여서 생활한다. 불법 다단계 업체를 수사하던 수사팀이 급습한 곳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합숙하는 대학생들은 칫솔마저도 공동으로 사용하는 구조라고 한다. 방 한쪽에는 학생들이 업체로부터 구입한 상품이 쌓여 있고, 나이에 상관없이 실적이 좋아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복종하는 철저한 계급사회 구조다. 15명이 식료품비로 한 달간 지출한 금액은 20여만 원에 불과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교육장에서 세뇌교육을 받는다. 그 외의 시간에는 감시자가 따라붙는다. 집에도 갈 수 없고 전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신문이나 TV도 마음대로 볼 수 없다.

참으로 해도 해도 너무한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을 가두고 세뇌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노예처럼 부리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마저도 버린 처사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들 불법 다단계 업체가 끌어들이는 대상은 주로 가난한 대학생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등록금에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학생이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학생 등이 불법 다단계 업체가 좋아하는 대상이다. 특히 이들은 취직하지 않은 가난한 지방대 출신을 선호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먼저 다단계에 빠진 동문이나 고향 친구가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자신들의 친구를 다단계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이 다단계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등록금과 그들의 힘만으로는 무너뜨리기 어려운 지역과 학벌의 벽 때문이다. 물론 불법 다단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먼저겠지만, 이들이 아무리 세뇌하고 유혹해도 피해갈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의 청년들이 등록금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일도, 자신의 청춘을 다단계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 일도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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