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기업 영상 간담회'에 참석해 노바백스사의 스탠리 에르크 대표이사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출처: 뉴시스)

올해 공시가 작년보다 17%↑

1주택자에만 작년 수준 동결

다주택자는 또 세부담 떠안아

“공시가 합친 기준해야 공정”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17% 이상 오른 가운데 정부가 1세대 1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작년 수준으로 완화해 주기로 했으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외면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나왔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금폭탄’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1주택자들은 올해분 오름폭과 상관없이 작년 수준의 보유세를 물면 되지만 다주택자들은 그 대상에서 배제돼 올해분 오름폭을 반영해 세금을 물어야 된다. 다주택자들의 중과과세는 그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끝까지 다주택자들을 투기세력으로 보는 기조를 고집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다주택자들은 문 정부가 이들에 대해 양도세율을 최고 75%까지 부과하도록 중과하면서 매물로도 쉽게 내놓지 못하게 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며 보유세를 내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공급확대를 위해 다주택자들에게 2년간이라도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주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문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또한 다주택자는 1세대 1주택자가 받는 연령·보유공제에서도 배제되고, 집값 상승에 따른 기본공제 상향조정(9억→11억원)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들에 대해서는 불공정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주택자의 규제 완화 필요성을 언급해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새 정부에서 다주택자들이 어떤 수준으로 조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17.22% 상승했다. 작년 19.05% 오른 데 이어 2년간 36.27% 올랐다. 공시가격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44%→5.02%→5.23%→5.98%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19.05%로 급등한 데 이어 올해도 17.22%로 급등했다.

국토부는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보유세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에게는 공시가격이 오른 만큼 세 부담 고통을 떠안게 됐다.

이에 윤 당선인은 25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직접 참석해 “매매·거래는 시장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해 무리한 규제를 가하는 게 맞는지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그간 주택정책이 28차례 반복됐지만 결국 집값의 엄청난 상승을 부채질했다”면서 “그 이유는 결국 시장의 생리를 외면한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문 정부가 시장 원리를 외면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남발해 집값 폭등을 야기했다고 비판해왔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샵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3.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샵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3.26

실제로 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와 법인 등의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각종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에 집중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공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음에도 정부는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히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과 관련한 거의 모든 세금을 중과했다. 다주택자들에게 각종 세금 및 대출 등의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은 모두 처분하라고 압박했다.

그 결과 집값은 잡히지 않고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결국 원치 않는 세금폭탄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1주택자는 다주택자에 비해 세부담이 완화되긴 했으나 작년 공시가 수준도 만만치 않게 올랐었기 때문에 세부담은 여전하다. 이에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2020년 수준까지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1주택자에 한해서다.

전문가들은 1주택자뿐 아니라 다주택자도 2020년 수준으로 세금을 낮춰야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역시 2~3년간 유예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참여정부 당시인 2004년 도입됐다가 주택시장 침체로 2009년부터 적용이 유예됐고, 2014년에는 아예 폐지됐었다. 그러나 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며 양도세 중과는 5년도 채 안 돼 부활했다.

정부는 2017년 8.2 대책을 통해 2주택자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양도할 경우 기본세율에 10%포인트를 가산하고,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20%포인트를 가산하는 양도세 중과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2020년 7.10 대책에서는 중과 폭을 더욱 넓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자는 30%포인트를 더해 세금을 매겼다. 이로 인해 작년(기본세율 6∼45%)부터 양도세 최고세율은 최고 75%까지 치솟았다.

2016년까지만 해도 주택 수와 상관없이 최고 40%였던 양도세율이 5년 만에 최고 75%까지 올라갔던 것이다. 이는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집을 팔 경우 양도 차익의 75%는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인데, 여기에 지방세를 포함하면 세금은 82.5%까지 올라간다.

문 정부가 이같이 전례 없는 규제를 시행한 것은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주택 시장 불안을 촉발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다주택자들은 오히려 매물로 내놓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갔고, 높은 세율을 부담해 가며 집을 파는 대신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부작용만 늘었다. 실제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둔 2017년 부동산 증여 건수는 전년 대비 4.9% 증가해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시행 시기 등으로 부동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양도세, 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양도세, 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다주택자라고 중과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이다”면서 “예를 들어 공시가 12억원의 1주택자는 과세가 되지 않지만 2주택을 합쳐도 공시가가 10억원밖에 되지 않는 사람은 중과를 하는데 이게 과연 합리적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신 교수는 “문 정부는 다주택자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인데, 이는 결국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며 “이 같은 불합리한 제도는 마땅히 시정해야 하며 문 정부 집권 이전으로 되돌려놔야 합리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에 “조정지구 투기지역 지정 취소만 해도 즉각적으로 누진 또는 중과되는 부분을 해소할 수가 있어 대통령령으로 원상복구 할 수 있는 부분은 즉시 해야 하겠으며 주택가격은 너무 내려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더 오르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강남에 30억원 집 한 채를 가진 사람보다 강북에 두 채 갖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며 “공정하게 하려면 공시가격을 합쳐서 그 금액을 기준으로 해야 합당한 제도일 것이다. 전혀 투기 목적이 아닌 다주택자도 세금폭탄을 맞았는데 공정한 방법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게 된 것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모든 원인을 제공했으므로 문 정부가 집값을 올린 주범이다. 문제가 있으면 중간에 조정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세금 걷는 데만 혈안이 돼 주먹구구식으로 하다 보니 가렴주구(苛斂誅求,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음) 상황만 만들어 다주택자들에게 세금폭탄을 매겼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작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 95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은 다주택자다. 당초 예상됐던 80만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로 올해 집값 상승과 종부세율 인상 등의 영향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올해 주택분 종부세를 94만 7000명에게 총 5조 7000억원 고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고지인원은 42.0%(28만명), 고지세액은 216.7%(3조 9000억원) 증가한 셈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11.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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