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신속한 대응 여부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강등함으로써 국내 증시는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1,800선 지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 불안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도 있다.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이 외환시장에 추가로 충격을 주면 국내 증시의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 정치가 이탈리아 경제에 걸림돌
S&P는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로 재정 위기 극복을 어렵게 하는 이탈리아의 정치ㆍ경제적 상황을 거론했다.

이탈리아의 경제성장 전망이 악화하고 있으며 최근 경기 둔화로 재정 긴축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졌다고 S&P는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경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위기에 결단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적 리스크를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지지율이 최저 수준인 20%대로 떨어졌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까지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긴축을 추진하며 국민을 상대로 고통분담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이사는 "이탈리아는 실물경제보다는 정부 부문의 문제가 크다. 과거 좌파 정부가 과잉 복지로 문제를 쌓았다면 우파인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부정부패로 리더십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증시 단기충격 불가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은 어느 정도 예고됐던 악재였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등급 강등에 따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급등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국채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게 돼 그리스 파문이 이탈리아로까지 번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 내 최대 국채발행 국가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 일부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 때와는 파문이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S&P에 이어 무디스가 추가로 신용등급 강등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애초 이탈리아의 등급 하향을 경고했던 곳은 무디스였다. 예상 밖으로 무디스가 먼저 치고 나온 것이다.

동부증권 장화탁 투자전략팀장은 "무디스가 이탈리아 등급을 내리더라도 다른 신용평가기관 수준에 맞추는 정도였다. S&P는 등급이 무디스보다 낮은 상황에서 더 낮춘 것이어서 좀 더 나쁜 뉴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불안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주가가 강세를 보인 지난 6거래일 동안 60원 넘게 급등했다. 전날에도 24.50원이나 올라 환투기 세력이 가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외환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 등급 강등은 외환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주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코스피 1,800선이 위협받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로존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거리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단기적인 충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 채무위기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뉴스여서 미국 신용등급 때처럼 여파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프랑스 은행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 유럽중앙은행이 달러화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섰듯이 발 빠른 대응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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