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오스트리아 빈에서 15(현지시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공동위원회 회의가 속개됐다. 사진은 공동위원회 의장인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 대외관계청(EEAS) 정치국장 트위터 갈무리. 2021.04.16
[서울=뉴시스] 오스트리아 빈에서 15(현지시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공동위원회 회의가 속개됐다. 사진은 공동위원회 의장인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 대외관계청(EEAS) 정치국장 트위터 갈무리. 2021.04.16

WSJ “이란 억류 英 이중국적자 2명 석방”

IAEA “이란, 고농축 우라늄→의료용 물질”

이란 새해 연휴 ‘노루즈’ 이후 타결 전망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1년 가까이 이어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사국들이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고, 아울러 이란 정부가 수년간 억류해 온 영국 시민을 석방한 데 이어 자국의 고농축 우라늄을 의료용으로 전환하는 등 긍정적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돼 여느 때보다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미‧이란 “핵합의에 근접”

이란 국영 IRIB방송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그 어느 때보다 최종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현실적으로 행동한다면 안정적이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그 전날인 16일 언론브리핑에서 “합의에 근접했지만 아직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남은 이견도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회담 참가국인 독일 외무부도 “최종 합의문은 준비된 상태”라며 “각국의 마지막 결정만이 남았다”고 거들었다.

타결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남은 걸림돌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AFP통신은 남은 문제는 향후 미국의 핵합의 파기에 대비한 안전장치와 이란혁명수비대에 대한 제재 해제라고 전했다.

통신이 언급한 안전장치는 경제적 보장 요구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미국 정부가 다시 탈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고, 만일 또다시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번복했을 때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맞대응 차원이다.

제재 해제는 미국이 자국 내 강력한 군사, 정치, 경제 집단인 이란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FTO) 명단에서 삭제해 달라는 것이다. FTO로 지정된 단체와 거래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미국에서 처벌을 받기 때문에 계속 FTO로 지정돼 있으면 이란 핵합의가 복원되더라도 운신의 폭이 크게 넓어지지 않는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가 이란혁명수비대를 외국테러조직(FTO) 명단에서 빼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악시오스는 FTO 명단 제외 시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상당한 반발이 일 수 있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장 이스라엘 정부도 18일 성명을 내고 이란혁명수비대에 대한 미국의 테러 단체 지정 해제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연합뉴스) 미국은 17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이란이 진지함을 보이면 며칠 내 타결이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미국은 17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이란이 진지함을 보이면 며칠 내 타결이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타결 임박 정황 신호들

이런 가운데 이란 핵합의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6일 이란에서 체제 전복 모의 혐의로 6년 가까이 감옥에 갇혔던 영국 자선단체 활동가 나자닌 자가리 랫클리프와 또 다른 이중국적 활동가 아누셰 아수리가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영국인과 결혼한 랫클리프는 2016년 4월 두돌이 안 된 딸과 함께 친정 가족을 만나러 이란을 방문한 뒤 영국으로 돌아가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이란 정권을 전복하려는 계획을 짜 안보를 위협했다는 혐의를 받아 2017년 1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아수리는 2017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도운 혐의 등으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에빈교도소에 복역 중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도 이란 팔레비 왕정과 체결한 전차 수출 계약이 1979년 이슬람혁명 때문에 이행되지 않아 발생한 채무 4억 파운드(약 6400억원)를 상환했다고 언급했는데 이와 맞물린 주고받기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2015년 핵합의가 타결됐을 때도 미국과 수감자 교환 등이 함께 이뤄졌다. 결국 43년간 해결되지 못한 양국 간 채권·채무 문제가 해결된 셈인데, AFP통신은 “점점 더 긍정적인 신호로 인해 합의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는 희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핵합의 복원의 핵심인 이란의 핵 활동 축소도 진행되고 있다. 유엔 핵감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은 이란이 지난 11일부터 농축 농도 60%의 우라늄 일부를 몰리브덴(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을 시작했음을 확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7일 전했다.

농축 농도 60% 우라늄은 무기급인 90%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에 사용되는 물질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면 더 이상 무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로버트 켈리 전 IAEA 국장은 “이란은 그것을 파이프라인에서 제거했다”며 “더는 추가적인 농축이나 무기용 사용에 적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테헤란=AP/뉴시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국영TV와 생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강대국과의 핵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01.26.
[테헤란=AP/뉴시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국영TV와 생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강대국과의 핵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01.26.

◆이란 핵합의 타결 가능성은

이란 핵합의는 2015년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에 독일을 더해 6개국과 맺은 것으로,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이란의 핵 활동 축소와 대이란 제재 해제가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이 너무 많이 양보했다’며 2018년 탈퇴를 선언한 뒤 제재를 복원했고, 이란은 이후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이어왔다.

국제사회의 우려 속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은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본격화됐다. 다만 이란이 일방적으로 핵 합의를 탈퇴한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거절해 미국과 이란은 유럽연합(EU) 중재로 ‘간접 협상’을 벌였다.

지난해 4월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대표단이 첫 당사국 회의를 연 후 미‧이란 양측은 한 달 넘게 이어진 협상에서 일정 부분 진전을 보였지만, 같은 해 6월 이란에서 강경보수 성향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협상은 다시 잠정 중단됐다.

그러다가 이란 외무부가 11월께 협상 재개 입장을 밝히고, 다른 핵합의 서명국들이 이에 동의하면서 진통 끝에 빈 회담이 약 5개월만에 재개됐다.

냉‧온탕을 오가는 협상은 석 달 넘게 이어졌고, 올해 2월 ‘최종 합의문 초안’이 나올 정도로 진전됐다. 지난달 미국은 이란의 민간분야 핵 활동 관련 제재를 해제해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키웠다. 초안에는 한·이란 간 갈등의 요소로 작동했던 동결자금, 즉 우리나라 은행에 묶인 이란의 석유수출 대금 70억 달러(약 8조 3000억) 해제·활용에 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협상 진전의 물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또다시 위기를 맞는다. 서방이 대러 제재에 합의하면서인데, 러시아가 대러 제재를 이란과의 사업에는 적용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5일 미국 정부가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이란 간 교류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서면 보증을 하면서 다시 타결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합의 타결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타결 시점을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란에선 오는 20일부터 2주간의 ‘노루즈(새해 명절)’ 연휴가 시작돼 최종 합의는 연휴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AP통신은 16일 “핵심 협상국인 미국과 이란이 최종 결정을 서로에게 미루는 상황”이라며 “핵합의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빈=AP/뉴시스]지난 17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JCPOA) 비공개 협상이 진행 중인 오스트리아 빈 팔레코부르크 전경. 2021.12.31.
[빈=AP/뉴시스]지난 17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JCPOA) 비공개 협상이 진행 중인 오스트리아 빈 팔레코부르크 전경.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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