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0

‘초박빙’ 판세로 끝난 대선, 변수 많아 예측 엇갈려

‘민주당 싹쓸이’ 보였던 지난 지선, 이번 판세 달라

당장 여소야대 상황 주시… 임기 초 국정운영 동력

일각선 견제·반발 심리 작용해 지선 혼전 예상도

수도권, 與野후보들 하마평에 치열한 ‘각축전’ 전망

서울은 尹 손들어줬으나, 경기도는 李 자존심 지켜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2022년 정치권의 가장 큰 이벤트였던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리고 후발주자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2018년 치러진 지난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싹쓸이’를 보였던 민심이 이번 대선에서 판이하게 달라지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이번 지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후광을 업고 출마자들이 속속 등장하며 지방 권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가운데 민주당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들어가며 재기를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청주시 청원구 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청주시 청원구 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바뀐 민심, 그러나 ‘반반’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4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무려 14곳을 민주당이 가져가며 ‘민주당 싹쓸이’를 선보였다. 국민의힘 전신이던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된 곳은 대구·경북 2곳뿐이다. 같은 당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무소속으로 당선됐었다. 기초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다. 전체 226곳 중 민주당은 151곳에서 이겼다. 서울은 25곳 중 24곳, 인천은 10곳 중 9곳, 경기는 31곳 중 29곳에서 이겼다. 충청권에서도 31곳 중 23곳에서 이겼다. 대전에서는 5곳 모두 이겼고, 충남에서는 15곳 중 11곳, 충북에서는 11곳 중 7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항상 열세를 보이던 강원에서조차 18곳 중 11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에서도 5곳 모두 이기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20대 대선 개표 집계 결과, 전국 17개 광역단체 투표에서 윤 당선인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울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등 10곳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경기, 인천, 광주, 세종, 전북, 전남, 제주 등 7곳에서 다수 득표를 획득했다. 대선 후 불과 80여일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 결과를 대선 표심으로 추산하면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7석, 국민의힘이 10석 안팎을 각각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1·2위 후보 간 격차는 24만 7077표로 0.73%p밖에 나지 않았다. 이는 무효표인 30만 7000여표보다 더 적은 격차다. 1987년 이후 역대 대선 최소 표차 기록이던 1997년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40.27%)과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38.74%) 간 1.53%p(39만 557표)의 절반 수준이다. 역대급 초박빙 승부는 대선 막판 여야 모두 지지층 총결집에 나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선 개표 과정에서도 냉탕과 온탕을 여러 번 오가는 접전이 펼쳐졌다. 격차가 그만큼 적었기에 ‘윤석열 당선 확정’ 보도는 대선 다음 날인 3월 10일 새벽 개표율 98% 시점에야 나올 수 있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선 패배 승복 기자회견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선 패배 승복 기자회견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0

◆지선, ‘권력 교체’ vs ‘재기 발판’

20대 대선을 정권교체로 결정한 민심이 새 정부 출범 이후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승리 이후 정권교체에 이어 지방선거 완승까지 노리는 모양새다. 이른바 ‘당선인 후광효과 최대화’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격차가 적기에 후광효과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0.73% 가지고 도취한다면 제정신이 아니다. 사실 이게 또 이긴 것 같지가 않다”며 “저희들을 못미더워 하는 국민들의 걱정이 이렇게 많았구나. 그래서 승기를 기뻐하고 붕 뜨기보다는 양극화된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이 참 무겁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봤지만 우리들이 질 뻔했는데, 방심하면 하루 이틀만 해도 확확 변하는 게 지금 국민 여론”이라며 “스윙보트 층이 과거에 20% 정도였다면 지금은 4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도 굉장히 조심하고 겸손하게 가야한다”면서 “오만하고 방심하면 허니문도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득표율 격차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론이 계속해서 언급되며 과반 이상을 넘어가던 그간의 조사들과 달리 결과는 초박빙의 선거였기 때문이다. 쇄신과 반성, 개혁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견제와 반발 심리가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선 최종 결과와 달리 이 후보가 윤 당선인보다 표를 더 많이 얻은 지역에서는 또 한 번 혼전이 예상된다.

다만 당 사령탑을 맡게 된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지도력과 당 내부 결집이 얼마만큼 이뤄지느냐도 중요한 포인트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해준 절반 가까운 국민들의 뜻을 지방선거까지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20

◆수도권 표심, 尹정부 권력 가늠자 전망

지방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로 평가받는 지역은 역시 수도권이다. 그중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유일한 지자체장으로 특히 ‘정권교체론’의 힘을 받아왔던 4.7재보궐선거의 수성 여부에 대해서 주목도가 높다. 국민의힘에선 현재 4선 도전 의사를 굳힌 오세훈 서울시장을 제외하고는 아직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진 않은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4.7재보선보다 민심의 차이가 줄어든 만큼 좋은 후보를 올린다면 승부를 해볼 만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18.3%p의 격차에서 4.83%p로 격차가 줄어서다. 오 시장에 맞서 민주당에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주민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경기도는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윤 당선인보다 46만 2810표를 더 받았으며 전 경기지사로서의 자존심은 지켰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이뤄진 지금 차기 국정운영 동력을 이어주자는 심리가 그대로 작용하고 총사퇴한 민주당이 합리적인 공천과 쇄신의 길을 보이지 못한다면 승부는 안갯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선 5선인 조정식 의원과 안민석 의원이 출마 의지를 굳혔다. 김태년 의원의 출마도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태영 전 수원시장 역시 출마 의사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광온 의원과 이원욱 의원은 불출마로 뜻을 굽혔다. 국민의힘에선 차출설이 힘을 받는다. 당초 김은혜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을 맡으면서 출마 여부는 유동적인 상태다. 새로운물결에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이 후보와 대선 전 단일화를 진행한 바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김성원 도당위원장,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이름이 거론된다. 인천시장의 경우엔 현역인 박남춘 시장이 재선에 도전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상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천지일보DB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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