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결과를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결과를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3

윤곽 그려지는 차기 정부 색깔

여전히 최우선 과제인 ‘대통합’

尹, 대선갈등 봉합 계속 시도

성별 갈등 야기한 ‘여가부 폐지’

文만남 때 ‘이명박 사면’ 화두

安위원장 정치력도 평가 과제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등 인선이 속속 발표되면서 차기 정부의 윤곽이 보이는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국민대통합’의 과제를 인수위가 시원하게 풀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대선 때 문제가 됐던 갈등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직면한 과제가 있어 ‘안철수 인수위’가 어떤 방식으로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려갈지도 관심사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임명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임명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4

◆빠른 속도 보이는 인수위 출범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전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산하 국민통합위원장에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 지역균형특별위원장에 자유한국당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윤 당선인은 전날 안 위원장과의 차담회 전 모두발언에서 “(두 사람에게) 맡아 달라고 부탁을 드려서 본인들의 허락을 받았고, 이 일을 맡아주실 것”이라고 인선을 발표했다.

윤 당선인은 두 특위 위원장 인선에 대해 “김한길 (전) 대표께서는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고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분”이라며 “김병준 교수는 자치분권 대한 오랜 경륜과 전문성 바탕으로 새 정부 지역균형 발전에 큰 그림을 그려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 위원장도 같은 날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으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최종학 서울대 교수를 발표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수위는 위원장 1인과 부위원 1인 및 24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인수위는 차기 정부 국정 운영방향, 경제정책, 외교안보 등을 설계한다. 당선인이 인수위를 어떻게 꾸리고, 운영하는지를 살펴보면 향후 임기 5년의 윤곽이 그려지는데 인수위를 빠르게 가동할 것이라는 당선인 측근들의 말이 나오면서 속전속결로 인수위 분과를 신설하고 인선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등과 차담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2.3.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등과 차담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2.3.14

◆尹, 대선후폭풍 봉합 이뤄내나

빠른 인선에는 48.56% vs 47.83%라는 대선 결과가 보여준 것처럼 진영과 세대, 지역, 성별 등 극심한 대립과 후폭풍이 단기간에 봉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 막판 초박빙 승부의 원인으로 꼽힌 성별 간 대립이 극에 달했던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현재까지도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은 당선 후에도 “과거 남녀 집합적 차별이 심해서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여가부를) 만들어서 많은 법제를 통해서 역할을 해왔는데 지금부터는 개별적, 구체적인 불공정 사례라든지, 범죄적 사안에 대해 더 확실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며 “이제는 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 (생각한다)”고 공약을 이행할 뜻을 내비쳤다.

다만 이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특히,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민대통합은 시작부터 삐걱거릴 가능성이 크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도 주목된다. 대선 후 신·구 권력 간 첫 대면인데 여야 양쪽에서도 이 전 대통령 특별사면 문제를 계속 거론해 회동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통령과 (지난해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복권 문제를 이젠 매듭지어야 할 때”라며 “윤 당선인을 선택한 국민의 표심은 진영 갈라치기는 이제 그만하고 국민통합을 통해 화합과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미 사면을 했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자연스럽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라며 “다음 대통령한테 미룰 일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국민통합을 내걸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임기 만료(5월 9일) 전 정계·경제계 인사를 포함한 사면을 단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또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많은 갈등과 혐오가 표출된 격렬한 선거를 치른 지금이야말로 통합과 포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통합을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다만 역대 대통령들도 국민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결국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10년 전 인수위를 꾸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수위부터 온건파 대신 강경 보수로 알려진 인사들로 채우면서 기대를 져버렸다.

인수위 없이 바로 취임한 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2017년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며 국민통합을 외쳤지만 오히려 반대진영으로부터 국민을 갈라치기 한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며 통합은 어려웠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임명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임명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4

◆핵심 과제 맡은 安… 행정 시험대 올라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대유행을 통한 확진자 폭증, 법인세 인상과 탈원전 등 논란을 키워온 경제정책, 올해 들어 유례없는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관련 현안 등 새 정부까지 이어질 해결과제는 산적하다.

이런 만큼 인수위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안 위원장은 행정 경험을 통해 자신의 과학기술과 미래 비전의 능력을 입증받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기에 ‘정치인 안철수’의 정치력이 곧 인수위의 과제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의 인선 배경에 대해 ‘공동 정부’ 구성 실현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저와 국정운영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선거 이후에도 제가 요청해서 먼저 자리를 가진 바 있다”며 “안 대표도 인수위원회를 이끌 의지가 있고, 저 역시도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당초 직속으로 꾸리려던 국민통합위원회를 위원장 직속으로 옮기면서 안 위원장에게 힘을 보탠 모양새다. 조직도상 안 위원장은 국민통합위원회와 지역균형발전위원회,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를 직접 챙기며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 보상과 방역 대책 개선 역할을 맡게 된다.

안 위원장은 단일화 공동 기자회견에서 “제가 국회의원으로는 열심히 입법 활동을 했습니다만 행정적인 업무는 하지 못했다”라며 내각에 참여하고 싶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이번 인수위를 통해 안 위원장의 인수위 리더십도 화두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그동안 의사, 기업인, 정치인으로서 성과를 내긴 했지만, 행정부에서 역할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수위원장으로 인수위를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안 위원장은 정부 부처에서의 역할을 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지방선거 등을 거쳐 통합 전당대회가 예상보다 앞당겨진다면 이후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당권 장악을 통해 부족한 당내 기반을 강화하고 중앙 정부를 향한 터를 닦아가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려가는 셈이다.

다만 제대로 된 성과를 보이지 못할 경우 차기 행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을 잘 수행해야 성과를 가지고 차기를 바라볼 수 있다”며 “결국 현재까지 제시됐던 공약의 현실 가능성과 각종 의견들을 조율하는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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