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울진=송해인 기자] 경북 울진 산불이 확산 중인 지난 5일 산불이 울진 소재 한 야산을 불태우고 있는 가운데 소방관계자들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3.8
[천지일보 울진=송해인 기자] 경북 울진 산불이 확산 중인 지난 5일 산불이 울진 소재 한 야산을 불태우고 있는 가운데 소방관계자들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3.8

울진삼척, 213시간만에 진화

산림, 서울면적 1/3이상 소실

당국 화재 원인 수사 본격화

각지 수습·복구 단계로 전환

[천지일보=안채린 기자] 지난 4일 발생한 울진·삼척 대형산불이 13일 봄비와 함께 주불이 잡히면서 213시간 만에 꺼졌다. 이번 울진·삼척 산불은 역대 산불 가운데 최장기 산불로 남게 됐다. 주불은 꺼졌지만 아직 잔불이 곳곳에 남아 있어 완진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산림 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 8일 진화됐던 강릉·동해 산불을 포함해 이번 동해안 산불은 2만 8940㏊를 태우며 1986년 이후 가장 피해 면적이 넓은 산불로 기록됐다. 이는 서울 면적(6만 520㏊)의 1/3이 넘는 규모로 여의도(290㏊) 99개, 축구장(0.714㏊) 4만여개를 모아놓은 넓이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별 피해 면적은 울진 1만 8463㏊, 삼척 2460㏊, 강릉 1900㏊, 동해 2100㏊ 등이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강원 삼척까지 번지는 가운데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민가 인근까지 불길이 번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강원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민가 인근까지 불길이 번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쉴 틈 없는 긴장 속 진화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께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했다. 울산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번져 이날 저녁 삼척까지 달했다.

이에 산림 당국은 인력 730여 명과 장비 92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일몰 시각에 가까운 때 불길이 번진 데다가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발생지 일대가 금세 화염에 휩싸였다.

게다가 산불이 울진 한울원자력발전소, 강원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기지 등 국가 주요시설과 인구 밀집지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당국은 시설물과 민가 보호에 주력했다.

발화 후 4시간도 되지 않은 4일 오후 3시 최초 발화지점에서 11㎞ 떨어진 한울원전 울타리 주변까지 불씨가 날아들어 한수원은 한울 1∼5호기 출력을 50%까지 낮췄다. 또한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산불이 국내 최대 규모의 삼척 원덕읍 호산리 LNG기지 후문 1㎞까지 근접하면서 추가 위험 발생에 대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밤새 원전과 국가시설을 위협하던 불길은 다음날 풍향을 따라 인구 밀집 지역인 울진읍 시가지로 방향을 틀면서 산림 당국은 주민 1만명에게 대피령을 발령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전력 사회봉사단과 KEPCO 119 재난구조단 등이 동해안 산불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제공: 한국전력공사) ⓒ천지일보 2022.3.8
한국전력 사회봉사단과 KEPCO 119 재난구조단 등이 동해안 산불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제공: 한국전력공사) ⓒ천지일보 2022.3.8

◆동시다발에 진화 난항

삼척에서 난 산불이 수습되기도 전인 4일과 5일, 강릉 옥계와 영월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영월에서는 지난 4일 낮 12시 45분께 김삿갓면 외룡리에서 산불이 발생해 약 93시간 만인 8일 오전 10시께 큰 불길이 잡혔다. 강릉서 발생한 불도 동남쪽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동해시 전역이 잿빛 연기로 뒤덮였으며 불은 89시간 52분 만인 8일 오후 7시께 꺼졌다.

곳곳의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진화 헬기가 분산되면서 진화는 난관에 봉착했다. 헬기가 울진·삼척에 대규모로 투입되고, 이후 발생한 강릉·동해에 집중하다 보니 영월에 배치되는 헬기 규모도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 진화 기간 내내 헬기 부족으로 진화가 더뎌졌다.

게다가 또 다른 복병인 연기와 안개로 주불 진화에 난항을 겪었다. 산림·소방 당국은 7일 일몰 전 동해안 지역 산불 주불 진화를 목표로 했지만 울진에서 발생한 연기가 삼척·강릉·동해 지역으로 퍼졌고 여기에 심한 안개까지 더해지면서 진화헬기 투입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산림청 산불진화헬기가 7일 오후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산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능선부를 따라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뿌리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2022.03.07.
[서울=뉴시스] 산림청 산불진화헬기가 7일 오후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산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능선부를 따라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뿌리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2022.03.07.

◆화재 원인 규명에 속도

이번 동해안 대형산불로 인한 재산 피해는 동해에서 주택 등 181채가 전소되고, 113채가 일부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강릉에서는 주택 등 15채가 전소되고 6채가 일부가, 삼척에서는 주택 5채와 군 소초와 탄약고가 모두 타고, 원덕읍 시설물 2곳이 일부 소실됐다.

이재민은 동해에서 53세대 111명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강릉·삼척에서 5세대 5명, 1세대 2명 등 총 61세대 120명이 발생했다. 영월에서는 재산 피해나 이재민은 발생하지 않았다.

열흘 동안 이어진 울진·삼척 산불의 주불이 잡히면서 산림 당국은 화재 원인 규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산림 당국은 운전자가 던진 담뱃불에 의한 실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운전자들을 소환하는 한편 울진군 역시 해당 일대를 지나간 차량 4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은 주민들에 앙심을 품은 60대 남성의 주택 토치 방화로 발생했다. 60대 방화범 A씨는 현주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11일 검찰에 넘겨졌으며 “주민들이 수년 동안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산불로 울진·삼척과 강릉·동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에 따라 산불이 발생한 각 지자체는 산불 피해 현황을 접수해 피해조사를 마치고, 조속한 수습·복구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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