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7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2022.2.28 (출처: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27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2022.2.28 (출처: 연합뉴스)

동시다발적 북한 움직임에

4월 태양절 전후 도발 수순

‘새 대통령 길들이기’ 관측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과거 비핵화 협상에서 스스로 중단을 선언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최근 또다시 준비하는 동향과 함께 나아가 풍계리 핵시설 등의 복구 정황까지도 포착돼 한반도의 긴장감이 치솟고 있다.

아울러 금강산 지구에서는 남측 시설물의 철거에 들어가는 등 북한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숨가쁘게 진행돼 그 속내가 뭔지 관심이 쏠린다. 공교롭게도 남측의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있는 점 역시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미 “北최근 미사일, 우주발사체 가장 신형ICBM 시험”

한미 군 당국은 전날(11일) 오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계기에 최초 공개된 신형ICBM 체계와 관련돼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최근 두 차례의 시험발사가 ICBM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향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해당 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정찰위성을 빌미로 ICBM 발사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같은 맥락인데, 위성용 장거리 로켓은 ICBM 기술과 같은 원리라 언제든지 전용할 수 있다는 게 한미 군 당국의 강조점이다. 한편으론 북한의 동향을 하나하나 면밀히 살피고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마침 같은 시간대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로켓 관련 시험시설들을 개건·확장하도록 지시했다는 북한 관영매체들의 보도도 나와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형 운반로켓 발사를 위해 발사장 구역과 로켓 총조립 등에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앞서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평양정상회담에서 동창리 시험장의 완전한 해체와 파괴를 약속했지만,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복구 움직임을 보이다가 이번에 본격적인 재건 지시까지 내린 셈이다.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 ICBM과 장거리 로켓 개발의 성지로 꼽힌다. 실제 과거에도 여기서 화성-15형, 화성-14형, 화성 12형 등 3종류의 ICBM급 미사일이 개발됐다. 미사일 제조시설이 있는 평양 산음동 연구단지와 함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 축적에 크게 기여한 전략적 장소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2022.3.11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2022.3.11

◆北풍계리 핵실험장 일부 갱도 복구 정황

북한의 핵실험장에서도 도발 정황이 포착됐다.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최근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데 이어 지난 2018년 5월 폭파됐던 일부 갱도도 복구하는 움직임이 파악됐다. 북한이 4년 6개월만에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예고한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시사를 실제 행동에 옮기려는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풍계리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6번에 걸쳐 핵실험이 이뤄진 지역이다. 그러나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 이후에는 한 번도 관련 실험을 진행하지 않았다.

북한은 2018년 5월 외신 기자들을 모아놓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를 선제적으로 폭파했다. 이는 앞서 같은 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핵실험장 폐기를 천명한 데 따른 조치였던 바 국내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영변 핵시설에서도 5MW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 등이 가동 중인 정황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실이 7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이날 라파엘 그로시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IAEA 정기이사회 개막 연설에서 “지난해 8월 이사회와 총회 보고 이후에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초 이후 방사화학실험실 가동 징후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강선 단지와 평산 ‘우라늄 광산(Pyongsan Mine and Concentration Plant)’에서도 활동 징후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행태로 비춰볼 때 그간의 약속과 행동을 없는 것으로 하고, 핵·미사일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려는 의지로 진단하고 있다. 북한이 한반도 시계를 전운이 감돌던 2017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있는 양상인데, 자신들의 존재감 과시의 계기로 삼겠다고 한 4월 김일성 주석 110주년 생일(태양절·4월 15일)을 전후해 도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사진은 4번갱도 폭파 모습.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사진은 4번갱도 폭파 모습.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北, 금강산 관광시설도 철거 움직임

남북 화해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관광시설도 일부 철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금강산 시설 철거를 지시한 이후 북한은 실제 착수하려고 하였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2020년 1월 철거를 연기한다고 우리 측에 통보했다.

그러다가 최근 아무런 상의나 통보조차 없이 철거 작업 실행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남측의 정권 교체기에 돌연 철거 작업을 시작한 것을 들어 핵‧미사일 등 전방위적인 무력시위와 함께 남측 새 정부의 기세를 꺾어놓는, 이른바 ‘대통령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물론 북한의 잇따른 행보가 그 보다는, 즉 실질적인 시위 대상이 우리 측이 아닌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도발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남관계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신호인 동시에 무력시위로 자신들의 몸값을 높여 향후 있을 북미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미 압박용일뿐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서는 행위로 미국 등 국제사회와 대립각을 세우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경우 뒷배를 자처하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 편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작동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11일(현지시간)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및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추가 제재 대상은 러시아 국적자 2명과 러시아 기업 3곳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도운 외국인과 외국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북한 국적 인사나 북한 관련 기관·기업은 이날 제재 명단에 없어 눈길을 끌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북한은 세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북한을 돕는 러시아 기반 개인과 단체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기반을 둔 러시아인 알렉산더 안드레예피치 가예보이, 알렉산더 알렉산드로비치 차소프니코프이며, 기업은 아폴론 ○○○, Zeel-M, RK Briz ○○○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019년 1월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019년 1월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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