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통섭예술인

문화와 예술이 감성코드 시대인 21세기의 주역임은 누구나 동의한다. 첼리스트 장한나는 “한국의 음악 수준을 높이고 한국이 세계 클래식 음악을 끌고 나가는 미래의 리더가 되려면 음악에도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성악 콩쿠르에서 1, 2, 3등을 모두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계속 발전하려면 무대 위의 연기자로서의 카리스마, 가사의 의미 전달 등 목소리를 종합예술로 승화시키는 기술을 익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타분야의 강점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 언어교육에 들어가는 돈 중 10분의 1이 한국에서 나온다고 한다.

경기가 안 좋아도 한국의 부모들은 영어교육에 목을 매는 격이다. 창의성이 부족한, 딱딱한 영어교육 방식 탓에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하는 사교육비가 말이 아니다. 핀란드처럼 온몸으로 느끼면서 하는 교육이 아니라 한국의 조용한 교육은 돈 먹는 하마다. 이미지를 보고 반복하여 소리를 익힌 후 의미를 아는 것처럼 아이가 부모에게 언어를 배우는 방법을 구사해야 효과적이다. 즉, 구어를 문어로 변형시켜야 의미의 카테고리가 비로소 파악이 되는 것이다. 마치 종교에서 의미가 말씀(경전)과 동일해지듯이 말이다.

사람의 뇌는 어휘, 언어기억, 계산, 공간 지각, 추리, 지각 속도 등의 6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른의 경우, 이 6가지를 융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만이 한계돌파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다. 통섭은 남의 것으로부터 나의 지혜를 얻는 생활기술이다. 정상에 이르는 길이 두 개라면 어느 길로 가더라도 정상에서 만나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자기가 가는 길만이 길이라고 우기는 단세포적인 생각을 하며 흑백논리에 묻혀 있는 보수, 진보는 통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리석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유입(input)이 있어야 한다. 손자병법에서는 싸우지 말고 이기라고 권한다. 블루오션이 주장하는 신 시장은 이미 손자가 언급한 것이다. 방법은 동서고금을 망라한 독서, 대화, 경험, 성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얘기는 이 네 가지를 융합할 경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여행도 예술과 인문을 가까이할 수 있는 진짜 좋은 기회다. 어딜 가든지 그곳의 음악, 미술, 건축, 역사, 문화, 기술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을 융합하여 느끼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창작하면 그것이 곧 새로운 예술이요 새로운 인문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나는 지인들과 ‘자연과 함께하는 창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평창의 몽골리안 파크를 방문했다. 숲 속의 피톤치드가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첩첩산중에서 자연을 흠뻑 느끼며 예술과 인문, 과학을 넘나드는 균형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요사이 유행하는 트리즈(TRIZ) 기법을 능숙하게 다룬다고 해서 우리의 일상이 쉽게 혁신되는 게 아니다. 트리즈적 방법으로 일한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알아낸 것을 트리즈 틀 속에 넣는 일인데 트리즈 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발명가, 예술가, 과학자, 무용가, 공학자, 음악가, 문학가가 생각하고 만든 ‘위대한 것’들의 통합적 이해가 필요하다. 직관은 통합적 이해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리즈를 잘 안다고 하면서 예술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교양 속물주의자이며 정신적인 불구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한 분야에서 발견한 창의성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가 있어야 한다. 마르셀 뒤샹의 ‘변기’ 오브제로 시작되는 현대미술은 잡동사니로 잡동사니가 아닌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로, 앤디 워홀이 브릴로 박스를 예술품으로 탄생시켰듯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최근 ‘톱밴드’에서 ‘브로큰발렌타인’을 누르고 8강에 진출한 2인조 밴드 ‘톡식’은 융합적 사고를 통하여 규모(인원)가 작아도 규모가 큰 음악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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