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체, 유기농은 자연방식의 깨끗한 식품
소비자단체, 영양성분 비슷한데 너무 비싸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시중에서 판매되는 유기농 우유를 놓고 소비자단체와 우유업체가 엎치락뒤치락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근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이 시중 유기농 우유와 일반 우유의 품질과 가격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 때문이다. 조사 결과 소시모는 남양·매일·파스퇴르 등 시중 3개 업체의 유기농 우유를 같은 업체의 일반 우유와 비교할 때 영양 측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으나 가격은 약 2배에서 2.7배에 이르는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가공협회와 우유업체는 평가항목의 기준이 유기농 제품의 개념과는 맞지 않다며 소시모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고 나섰다. 소시모의 조사는 영양소와 가격에 초점을 맞췄지만 ‘유기농’의 개념은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깨끗한 환경을 조성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의미이지 더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도록 성분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유지방 및 영양성분, 세균수 등의 항목에서 일반 우유와 동일한 결과를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우유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기농 우유 생산은 축사와 젖소 1마리당 초지, 사료는 물론 마시는 물까지도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토양까지도 중금속 기준을 맞춰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생산된다”고 강조했다. 또 신선도를 최대로 유지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 필름을 입힌 유리병 포장재를 사용하는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유기농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도 이번 소시모의 조사는 유기농 제품 생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이연섭 사무관은 “유기농 젖소는 50%가량 비싼 수입 유기농 사료를 먹여야 하고 GMO(유전자변형식품) 사료도 먹일 수 없는 만큼 2, 3세대를 위한 투자의 의미도 포함한다”며 “초기 시설비용이 많이 드는데다가 분기마다 검사를 받기 위해 드는 추가비용을 고려할 때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이주원 방역총괄과 주무관도 “유기농의 의미는 깨끗한 사육환경에 있다”며 “어느 선진국에서도 영양 성분이 많다는 이유로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 주무관은 이번 조사로 오히려 유기농 업계가 위축될까 우려된다며 유기농 식품에 대한 인식을 올바로 정립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 차원의 홍보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진행한 소시모의 윤명 정책국장은 “유기농 제품 생산을 위해 많은 초기 시설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 규모를 소시모 측에서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고 또한 그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시켜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조사는 정확한 조사가 가능한 사료 가격만을 참고로 추산했을 때 소비자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유기농으로 인한 장점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지만 현재 시도할 수 있는 검사 항목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품질과는 별도로 환경을 생각한 지속가능한 소비라는 측면에서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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