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일본업체, 통신제어 칩 개발 위해 합작사 설립
인텔-구글, 스마트폰 최적화 칩 개발하려 ‘제휴’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IT 시장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흐르면서 삼성전자가 NTT도코모, 후지쓰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인텔과 구글이 제휴를 맺는 등 최근 IT 업계의 새로운 동맹 구도 형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가 일본업체들과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차세대 스마트폰 통신제어 반도체(통신제어 칩) 공동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제어 칩은 휴대전화에서 음성 통화와 무선 인터넷 신호를 제어하는 기능을 하는 칩으로, 현재 3G(3세대) 시장에서는 미국 퀄컴사가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약 8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일본 기업과 동맹을 통해 스마트폰 통신제어 칩 시장에서의 퀄컴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이 추세로라면 퀄컴이 4G 시장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에 모바일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삼성이 퀄컴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점유율 1위와 반도체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이지만 2G(2세대)와 3G 휴대전화에 탑재되는 통신제어 칩의 공급은 퀄컴에 의존하고 있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삼성이 합작사 설립을 통해 차세대 칩을 개발하면 퀄컴에 지급하던 로열티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제품들과 가격 경쟁을 이끌어내 칩의 단가를 내리는 효과도 볼 수 있게 된다.

이 합작사의 자본금은 300억 엔(약 4170억 원) 정도이며 NTT도코모가 50%를 출자하고 삼성전자와 후지쓰 외에 NEC, 파나소닉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도 참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본사는 일본에 두고 반도체 개발·설계·판촉을 특화, 제조는 외부 위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현지시각) 인텔과 구글도 제휴를 통해 스마트폰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칩 생산업체 콘퍼런스에서 인텔의 폴 오텔리니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이 밝히고 “양사의 협력으로 새로운 제품과 사용자경험을 소비자와 업계에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이 오래된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두고 모바일 OS에서 더 강세인 구글과 손잡은 이유도 기존 PC 시장은 축소되고 모바일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 상반기 PC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미 구글과 크롬 노트북과 구글 TV에 사용된 소프트웨어 및 칩을 공동 개발한 바 있는 인텔은 “구글과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최적화된 칩을 개발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이 칩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IT업계의 이 같은 제휴는 앞으로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대신증권 강정원 연구위원은 “IT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회사마다 가진 핸디캡을 극복하려다 보니 업체 간 제휴나 합작사 출현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와 달리 IT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이 같은 경향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소트프웨어인 OS(운영체제)를 다루던 업체와 완성품업체의 동맹은 물론 PC업체들도 모바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라·업종을 뛰어넘은 제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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