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협과 함께 최대 정치행사
지난해 목표보다 낮은 수치
우크라 사태 등 불확실성 영향
‘제로 코로나’ 정책 기조 유지
‘하나의 중국’ 대만정책도 견지
“성공적 20차 당대회 맞이하자”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우리의 국회 격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했다. 전인대 최대 관심사였던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는 5.5% 안팎으로 제시됐다.
전인대는 전날 막이 오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함께 ‘양회’로 불린다. 중국 정부의 연례 최대의 정치행사로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높은데, 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올해 경제 정책을 처음 공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올해 양회는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여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 입장 등 회의 테이블에 오를 복잡한 국내외 현안과 특히 올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관문의 의미가 있는 만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中전인대 개막… 리커창 업무보고
신화망 등 중국 관변 매체들에 따르면 전인대 제5차 회의는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잔수 상무위원의 대회 개막을 선언으로 시작됐다.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와 2800여명의 전인대 대표가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세로 지난해보다 인원이 줄었다.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는 5.5% 안팎으로 제시됐다. 이는 지난해 ‘6% 이상’을 제시한 것보다 낮아진 수치로,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리커창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고용 안정 유지와 기본적인 생활 필요 충족, 그리고 위험 등에 대비해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5.5% 좌우로 정했다”면서 “이는 ‘중고속’ 성장 목표로 능동적이고 고된 노력을 기울여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중국은 성장률 8.1%를 기록하며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중국 부동산 산업의 위축과 전력 대란,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으로 2분기 이후 하향세를 보였다. 단 한 명의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소비도 부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올해 국정 기조로 경제안정을 내세웠다. 경제안정의 핵심은 일자리인데, 리 총리는 “1100만 개 이상 신규 도시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 실업률을 5.5% 이하로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국 경제는 하방 압력을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제시한 신규 일자리 수 목표치와 동일한 수치로, 고용 안정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체제 유지에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올가을 제20차 당 대회에서 장기집권을 확인해야 하는 시 주석 입장에서는 정치사회 분야 안정과 함께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대목이다. 올해 도시 실업률 예상치는 5.5% 이내로 제시됐다.
◆공동부유‧방역정책 등 입장 유지
리 총리는 안정 성장을 최우선으로 도모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격차 축소를 모색하는 ‘공동부유’도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확인했다. 어려워진 대외 여건 속에서 그간 추진해 온 빅테크 규제 강화와 부동산 보유세 도입 등 시 주석이 집중 강조하고 있는 ‘공동부유’ 속도를 조절하며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관심사였던 현재의 ‘제로 코로나’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외부 유입 방지와 국내 재발을 억제하는 정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끊임없이 방역 정책을 완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양회를 계기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완화해 중국식 ‘위드 코로나’가 도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당분간 지속 쪽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3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올가을 당 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이 내세울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코로나19 방역이 꼽히고 있는 터라 최소한 당 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제로코로나’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시 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 고위급을 제외한 나머지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함께 미중 갈등 현안으로 재부상한 대만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도 관심이 쏠렸는데, 리 총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대만독립 세력의 분열행위와 외부세력의 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때 가장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다만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듯 독립적‧자주적 평화 외교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이날 개막식은 리 총리의 업무보고와 왕천 전인대 부위원장의 홍콩과 마카오 전인대 대의원 선출을 위한 법안 초안 등의 설명이 끝난 오전 11시 30분께 막을 내렸다. 전인대 회의는 오는 11일 폐막한다. 예년에는 통상 열흘간 열렸지만, 코로나19 발생 후에는 감염 확산을 우려해 2020년부터 1주일로 일정을 단축했다.
◆정협 시작으로 양회 막 올라
올해 양회는 앞서 전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3기 정협 제5차 회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시 주석 등 지도부와 2000여명의 정협 대표가 참석했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를 제외한 나머지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왕양 정협 주석은 전국위원회 상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올해의 의미를 강조하며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단결을 주문했다.
왕 주석은 “2022년은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는 두 번째 100주년의 목표를 향해 새 출발을 하는 중요한 해이자 공산당 20차 당 대회가 열리는 해”라며 “정협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사상으로 삼고 19차 당 대회 정신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공산당 창건 100년(2021년)과 신중국 건국 100년(2049년)을 ‘2개의 백년’으로 지칭한다. 창당 100년에 전면적 샤오캉(의식주 걱정이 없는 비교적 풍족한 사회) 사회 건설, 100년은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정협 대표들은 25차례 전국 차원의 협상 활동을 벌였다”면서 “82차례 지방 시찰과 조사를 실시했으며 5039개 법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당 중앙 주변에 긴밀히 뭉쳐 매진하고 용감하게 나아가야 한다”며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을 위해 더 많이 헌신하고 실제 행동으로 20차 당 대회를 맞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정협은 10일까지 7일간의 일정이다. 정협도 2019년까지는 보통 열흘간 열렸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부터는 기간이 1주일 정도로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