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은행 ‘외환 스트레스테스트’에 불합격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외화자금 중 유럽계 자금은 30%가량이다. 그리스의 디폴트로 유럽 금융시스템이 악화하면 국내 주식·채권시장도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계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은행권의 대외 채무 가운데 유럽계 은행에 대한 채무 비중이 49.5%에 달한다. 프랑스계 은행에서 빌린 돈도 약 7.5% 수준으로 앞으로 외화부채 상환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약 10조 8000억 원 정도가 빠져나갔고 8월 한 달 동안 채권시장에서도 약 2조 원 정도가 빠져나갔다”며 “앞으로 한 달 정도, 늦어도 10월까지는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제2의 금융위기 우려가 현실화되면 국내의 적지 않은 은행이 외화사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달 말 12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상당수 은행이 테스트가 요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테스트의 초점은 3개월 이상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의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맞춰졌다. 결국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은 외화자금 경색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의 도움 없이는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14일 금융위원회 간부회의에서 “외화 유동성 문제에 대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각별히 챙기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튼튼하고 충분한 통화정책 여력을 갖추고 있어 위기에 대해 더욱 유연한 정책대응이 가능하다”며 “충분히 견뎌 나갈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 재정위기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으로까지 확대되면 글로벌 신용 경색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더욱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