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날짜가 내달 13일로 공식발표됨에 따라 그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 처리가 미 의회에서 마무리될 것인지가 양국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그때까지 한미 FTA 비준동의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한미정상회담의 의제나 메시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준이 완료될 경우 한미정상회담은 양국이 명실상부한 역대 최강의 경제·안보동맹임을 선언하고 자축하는 자리가 될 것이고, 비준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에는 양 정상이 FTA 조기비준 의지를 재확인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이 추진중인 미 의회 연설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한미 FTA 조기비준을 중요 어젠다중 하나로 강조하고 있는데다, 백악관이 13일(현지시간)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 일정을 발표한 것은 한미 FTA 비준 속도에 일단 동력을 주고 있다.

한미 양국이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 공식발표시점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백악관은 가급적 빨리 발표하자는 입장이었다는 후문이어서, 의회쪽에 한미FTA 비준을 재촉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의회를 향해 "이 대통령 국빈방문전까지 FTA 비준 숙제를 빨리 끝내라"는 촉구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 대통령 방미 공식발표문에서 "이번 방문은 양국민의 강력한 우정의 연대를 축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한미 FTA를 거론했다.

현 시점에서 강력한 한미동맹을 `축하'하는데 한미 FTA 비준보다 좋은 상징적 이벤트가 없기때문에 백악관은 이 대통령 방미전 한미 FTA 비준이 완료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국빈방문 이후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이한다는 점에서, 양국 최고 관심사인 한미FTA 비준이라는 메뉴와 함께 국빈만찬을 성대하게 베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문제는 한미 FTA 비준권한을 가진 의회의 의사일정 진행속도가 백악관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 있다는 점이다.

여름 휴회가 끝나고 이달초 의회가 다시 소집된 후 한미 FTA 비준절차는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한미 FTA 비준을 위한 입법수단(legislative vehicle)인 일반특혜관세(GSP) 연장안이 지난 7일 하원을 통과한 후 13일 상원에 상정돼 민주·공화 양당이 합의한 한미 FTA 비준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상원 의사일정을 결정하는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가 내주중 상원에서 한미 FTA 비준의 전(前) 단계인 무역조정지원(TAA) 연장안을 GSP 수정안 형태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도 고무적이다.

변수는 이번 회기중 1순위 처리현안으로 제시된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재난구호기금 확충법안을 비롯, 다른 의사일정들이 얼마나 순조롭게 처리되느냐이다.

양당이 우선순위에 놓인 이들 법안을 놓고 정치적·정책적 이견으로 시간을 끌 경우 한미 FTA 비준 시점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FEMA 재난구호기금 확충법안도 재원규모 등을 놓고 논란이 있는 상태이다.

다른 법안들만 빨리 처리된다면 물리적 일정상으로는 이 대통령 방문시점까지 한미 FTA 비준 완료는 가능하다.

의회가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9일간의 휴회도 줄여 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점도 시간을 더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의회 관계자는 14일 "현재 그 누구도 구체적인 한미 FTA 비준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며 "외생변수들인 다른 의사일정들이 얼마나 빨리 매듭되느냐가 이 대통령 방문전 비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서는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 일정이 발표되면서 방미시점전 한미FTA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는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결부된 `낙관론'과 미 의회의 복잡한 다이내믹스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