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한국인은 항상 바쁘다. 열정적이고 공격적인 ‘빨리빨리’ 덕분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지만, 그 때문에 우리는 만족이니 삶의 질이니 따질 여유가 없다. 행복은 우리에게 너무나 먼 대상이다. 한마디로 경제 성적표는 우등생인데, 행복 성적표는 열등생이다.

왜 그럴까. 저자는 ‘품격’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 책이 직시하는 ‘품격’은 ‘자기존중감’ ‘자기긍정감’이다. 이는 물질주의, 기능주의에 머물렀던 사회를 사람 중심, 과정 중심의 사회로 변화시켜 줄 매개체이기도 하다.

서두에서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세계 정상에 섰다. 죽어라고 앞만 보고 달렸다. 이 모든 게 당신과 나, 우리가 함께 이뤄낸 위대한 승리다. 그런데도 왜 우린 아직 불행할까? 왜 우리 사는 형편은 날로 각박해지고만 있는가? 무엇에 이렇게 화가 나 있고,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을까?”

저자는 이 지점에서 품격을 논한다. 정상에 서서 또 다른 고지를 꿈꾸는 우리가 갖춰야 할 요소는 바로 품격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우리는 충분히 품격을 갖출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처럼 활기를 잃은 모습을 드러내는 서구인의 눈으로 볼 때 한국은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점도 언급한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은 자신의 삶에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인의 가치관 조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평균 63.22점으로 97개국 중 58위였다. 경제가 성장하면 행복해질지 알았던 기대감은 허상이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그래서 저자는 “이제 마구 달리기만 할 게 아니라 천천히 숨 고르기를 할 때”라고 진단한다. 성장한 만큼의 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삐걱거린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렇다면 과연 품격은 어떻게 갖추는 것인가.

저자는 우선, 자신도 모르게 잊었던 자신의 우수함을 인정하고 다음으로, 사람향기 나는 도덕적 품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폄하도 자만도 말고 자신을 바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생각과 몸이 회복하는 시간과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품격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자랑스럽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인문·경제·정치 등 분야를 넘나들며 정신적으로 성숙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이시형 지음 / 중앙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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