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통섭예술인

영국 저명 미술전문지 ‘아트 리뷰’가 선정하는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오른 바 있는, 오늘날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 1936~)는 “기업가로서, 동시대 미술에서 오늘을 보고 미래를 본다. 작가들의 작품이 세상에 메시지를 던지며, 세상을 바꾼 것처럼 내가 미술세계로 들어옴으로써 내 삶 또한 예전보다 매력적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서른 살에 처음으로 친구 손에 이끌려 미술관에 가 봤고, 15년 뒤인 1980년 런던에서 처음으로 미술품 경매장을 찾았다고 하는 그는 현재 명품 브랜드, 와인, 백화점 등을 보유한 PPR그룹의 수장이자 세계적 경매사 크리스티(Christie’s)의 주인이다.

그는 2000여 점에 이르는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미술관 팔라조 그라시(2006)와 푼타델라 도가나(2009)를 설립하였으며 지금 이들은 지역의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는 데미안 허스트(46), 제프 쿤스(56), 무라카미 다카시(48) 등 내가 롤모델로 하는 오늘날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그는 작품을 소장하는 기준에 대해서 “귀의 들림이 아니라 즉 보통 사람들의 얘기, 비평가들의 평가 같은 것보다는 시선의 떨림, 마음의 끌림에 따라 작품을 택한다. 그리하여,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제프 쿤스는 “피노가 예술을 통해 경험한 바를 남들과 나누고자 한다는 점, 즉 단순히 소장품을 선보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반경을 넓히고자 한다”고 평했다.

맞는 말이다. 갤러리든, 콜렉터든 예술을 통하여 풍요로운 삶을 나누는 철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제, 10월 1일부터 열흘간 펼쳐지는 지역 미술잔치인 제21회 청담미술축제를 위한 화랑주 모임이 있었다. 무엇인가 다르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전시기간 중 오픈 시간을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손님들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도록 강연, 와인파티 등도 열기로 했다. 다 그렇지는 않겠으나 피노와 같은 꿈을 꾸며 갤러리 사업에 뛰어든 이들이 있을 것이다. 전세계 경제력 10위를 넘나드는 한국에도 세계 굴지의 콜렉터, 갤러리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자원이 부족하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들어 왔다. 이는 자원을 석유, 고무, 커피, 목재, 광석 등 물질 자원 및 한국에는 없는 것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하여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물과 산이 많은 나라는 별로 없다. 그리고, 심하게 밀집된 공간에서 부대끼며 사는 나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자원도 있으며 막강한 인력이 있다. 미술 시장은 인력이 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이다. 우리가 다른 이와 다른 지혜를 갖는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가 있다. 이미 한국에는 백남준, 이우환, 문신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많다. 한국의 미술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전략적으로 팀워크를 이룬다면 한국이 미술 강대국이 되는 것은 그리 요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피노를 벤치마킹하고 첼시를, 데미안 허스트를 벤치마킹하여 한국의 미술이 세계에서 선두주자가 될 것을 다짐해보아야 할 것이다. 케이팝(K-POP)의 진원지 SM의 이수만은 미래를 위하여 6명으로 구성된 프로듀서팀을 만들었다.

그는 “혼자 하면 잘해야 100점이지만 프로듀서팀에서는 120점짜리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미술계가 참조할 내용이다.

한편 예술이란 직관적으로 알아낸 그 무엇을 표현의 틀 속에 집어넣는 일이다. 시선의 떨림, 마음의 끌림을 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화가는 발명가, 다른 화가, 과학자, 무용가, 공학자, 음악가, 문학가가 생각하고 만든 '위대한 것'들의 통합적 이해를 해야 한다. 직관은 통합적 이해로부터 나오므로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것이 성공의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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