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경제 상황이 선물에 반영
생필품부터 상품권까지 다양

[천지일보=김지연, 이승연 기자] 이웃끼리, 친척끼리 나누며 한가위를 더 풍성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한가위선물’. 이 한가위 선물은 단순히 마음을 전하는 것뿐 아니라 그 시대의 경제상황과 시대적 환경을 대변해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1950~60년대

▲ 1960년대 고급 선물로 주고 받던 설탕. (자료제공: CJ제일제당)

“선물은커녕 밥 먹기도 힘든 시기였지. 그냥 서로 인사하며 마음을 나누는 정도였어요.” 안경순(81, 여, 수서동) 옹은 1950년 발발해 3년간 한반도를 할퀸 한국전쟁의 상처로 복구와 재건에 힘쓰던 50년대 추석을 이같이 추억했다. 50년대는 일반 서민에게 ‘추석선물’이라는 단어는 일부 계층에만 국한된 먼 나라 이야기였던 때이다.

추석선물이라는 개념은 1960년대 백화점이 등장하면서부터 생겨났고 그때는 라면 한 상자나 밀가루 같은 생활필수품이 주요 인기 품목이었다. 60년대에 고급 추석선물 중 가장 인기가 좋았던 제품은 ‘설탕’이다. 지금처럼 비닐이 아닌 상자에 담겨 고급포장이 돼 있던 설탕은 결혼 선물로 주고받을 정도로 고가 선물에 속했었다. 마트에 추석선물을 마련하러 나온 최명숙(58, 여) 씨는 “아시는 분 중에는 그런 추억이 남아있어서인지 아직도 명절 때 설탕을 선물하시는 분이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1970년대는 경제 부흥을 위해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가던 시절이다. 산업의 기반을 닦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던 70년대, 가장 잘 나가던 선물은 60년대와 마찬가지로 조미료와 식용유 등 생필품이 차지했다. 이와 맞물려 ‘종합과자세트’ ‘치약세트’ 등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선물세트’가 도입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홍영희(58, 여, 상계동) 씨는 “그때는 상가에 가면 선물세트가 가득할 정도로 히트를 쳤다”며 “종합과자선물세트의 인기도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다방 문화가 확산되면서 ‘커피세트’가 고급 선물세트로 사랑을 받았다.

▲ 1970년대 사랑받던 조미료 선물세트 ‘미풍세트(왼쪽)’와 1980년대부터 인기를 끌던 참치캔세트(오른쪽). (사진제공: CJ제일제당, 동원F&B)

◆1980년대

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리어카가 아닌 삼륜차와 트럭이 등장하고, 한강종합개발 사업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1980년대는 추석선물 종류만 3000여 종에 달할 정도로 선물이 다양해지고 포장도 고급화가 이뤄진 시기다. 이때 통조림이 본격 도입되면서 추석선물로 각광 받기 시작한 게 ‘참치캔세트’다. 여전히 세트류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였으며 서민층에서는 ‘식용유세트’ 등 실속있는 상품들이 계속해 인기를 끌었다.

▲ 1990년대(맨 위), 2000년대(가운데) 그리고 올 추석(맨 아래) 사랑받는 추석선물 아이템. (사진제공: 동원, 롯데백화점)
◆1990년대

“토종꿀을 받았는데 남편이 숙취 푼다고 다 먹고 가족들은 먹지도 못했었죠.” (이덕화, 51,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1990년대는 토종꿀 같은 고가의 상품들이 선보이면서도 80년대부터 등장한 참치캔세트 등 규격화되고 저렴한 선물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정육세트는 30만 원 이상으로 고급화됐고 꿀, 인삼 외에도 양송이·표고·영지 등 버섯세트와 수입 양주가 인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또한 90년대 중반에는 현재 보편적인 명절 선물로 자리 잡은 상품권이 발행돼 통용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올리브유나 포도씨유, 받으면 거의 그거였죠.” (안미향, 49, 부천시 소사동) 2000년대를 대표하는 단어는 ‘웰빙 바람’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삼이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전통 장류나 고급 올리브유세트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와인도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했고 2005년 이후로는 대표적인 명절 인기 선물로 부상했다.

◆2011년

“너무 비싸지 않은 상품권을 주고받는 게 제일 편하죠.” (이복연, 51,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올 추석도 여전히 상품권이나 현금이 가장 보편적이고 반가운 명절 선물로 꼽히고 있다. 한편 작황이 좋지 않아 과일값이 비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일선물세트의 인기는 떨어진 반면 한우세트는 오히려 예년보다 가격이 내려가면서 추석선물로 급부상했다. 10~90만 원대까지 한우세트의 가격도 다양해졌지만 특히 울릉도 칡소, 홍삼 먹고 자란 한우 등 산지나 사육방법을 강조한 프리미엄급 세트가 강세를 보이며 추석선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품목에 상관없이 차별화된 특화상품도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히말라야 명품 소금, 전통 방법으로 담은 7년 숙성 간장, 국산 블랙캐비아, 자연산 독도 꽃새우세트 등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특색 상품들이 기획돼 고급 선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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