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항아리 풍경’. 달항아리 속 매화가지가 눈꽃을 피운 후 진분홍빛 꽃을 피우고 있다. 뒤에 그려진 나비들이 매화꽃으로 날아들고 있다. (사진제공: 이이남 작가)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43) 작가의 전공은 조각이었다.

조각을 가르치던 중 우연히 옆 강의실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에 한창인 학생들을 보며 애니메이션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것이 미디어 아트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됐다.

▲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
세인들은 그를 제2의 백남준이라 부른다. 컨버전스 분야 세계 석학인 존 라이크만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극찬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작가는 자신이 백남준에 비교되는 것에 부끄러워했다. 이 작가는 “백남준 선생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나는 과거의 작품을 자꾸 뒤돌아본다”고 했다. 미디어 아트의 천재 백남준이 모차르트라면 끊임없이 연구 노력하는 그는 베토벤에 견줄만하다.

농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이이남을 세상에 알린 작품은 김홍도의 ‘묵죽도’였다. 집안 가보라며 사무실 의자 뒷면에 병풍을 놓고 일하던 옆 사무실 직원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평면 TV를 연결하고, 그의 고향에 지천으로 깔린 대나무를 떠올리며 ‘묵죽도’를 움직였다.

평범한 그림이 움직일 때는 그저 만화를 보듯 꿈쩍도 하지 않던 사람들이 명작이 움직이자 함께 움직였다.

그렇게 하나 둘 세상의 명작을 움직이고 있는 이 작가는 지금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미디어 아티스트가 됐다. 요즘은 9월부터 이어질 청도비엔날레, 일본 고베비엔날레, 미국 웨인즈 대학 초대전 등의 준비로 부쩍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LED TV라는 스마트 캔버스에 동 서양의 명작을 환생시키는 그의 작업은 상식을 깨고, 영감을 불어넣어야 하는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늘 보아오던 명작을 통해 고정관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그의 작품이 백남준을 넘어 미디어 아트의 한류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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