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미국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는 뉴욕 양키스와 함께 미국 내 스포츠 구단 중 아주 인기가 많은 구단 중 하나이다. 보스턴을 연고지로 한 이 팀은 ‘레드삭스(red sox)’ 이름 그대로 선수들이 빨간 양말을 신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초반 김병현이 활약하기도 했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메이저리그에서 700연속 홈경기 매진기록을 이어나가 세계 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출했다.

홈구장인 펜웨이 파크에서 보스턴의 홈경기 매진기록은 2003년 5월 15일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텍사스 레인저스를 12-3으로 제압하면서 시작됐다. 지난주 최대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 3연전을 치른 뒤 3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경기를 가짐으로써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 것이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공교롭게도 보스턴에게 시작과 700번째 연속 홈경기 희생양이 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신문인 뉴욕 타임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700경기 연속 홈경기 매진기록을 스포츠면에 비중 있게 보도했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미국 경기에도 불구하고 보통 미국인들의 대표적인 오락인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 홈경기 연속매진기록이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연속매진기록은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명타자 조 디마지오의 56게임 연속경기안타에 못지않은 역사적이고 인상적인 기록임을 밝혔다. 펜웨이 파크의 매진기록은 종전 최고기록을 갖고 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것보다 250게임 더 긴 것이며 현재 200연속 게임 매진행진으로 이 부문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필립스보다 500게임 더 많은 것이다.

메이저리그 기록에 따르면 펜웨이 파크는 미 프로야구에서 관중 수용능력이 3만 7493명으로 탬파 베이(3만 4078명), 오클랜드(3만 5067명)에 이어 세 번째로 작은 구장이다. 탬파 베이와 오클랜드가 저조한 입장판매로 인해 관중석 일부를 철시해놓았지만 펜웨이 파크만은 넘쳐나는 관중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펜웨이 파크가 작은 규모로 인해 관중을 끌어들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할지 모르겠으나 평균입장료는 53.38달러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싸다. 이렇게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경쟁력 있는 팀성적을 먼저 꼽을 수 있다. 2004년 ‘밤비노의 저주(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라이벌 뉴욕 양키스로 팔아 넘긴 뒤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징크스)’를 마침내 무너뜨리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뒤 2007년 한 번 더 패권을 차지했고 포스트 시즌에 6번 진출했다. 1997년 이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역사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풍스런 펜웨이 파크의 분위기도 한몫 해주고 있다. 1912년 개장한 펜웨이 파크는 그동안 새로운 스타디움으로 바꾸지 않고 일부 편의시설들만을 개보수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관중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팀 롯데 자이언츠는 어떤가. 롯데 자이언츠는 한국의 보스턴 레드삭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충성도 높은 ‘부산 갈매기’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시즌 개막전과 주말 경기는 매진사례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 등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에 힘입어 프로야구 흥행에 불이 붙으며 롯데 자이언츠 관중들도 매년 증가세에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어나 평균 관중이 2만 2천여 명에 이른다. 1985년 개장한 관중 수용능력 2만 8500명의 부산 사직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롯데 자이언츠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700연속 경기 매진기록에는 비교하기가 어렵겠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 시장 규모에 견주어 볼 때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프로야구를 향한 부산 팬들의 뜨거운 성원, 선수들의 열정적인 플레이, 구단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어우러진 결과다.

보스턴 레드삭스나 롯데 자이언츠나 팬들이 이처럼 열광하고 있는 것은 지역 연고팀에 마음의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팬들은 야구가 재미있고 야구를 통해 스스로의 자존심을 높일 수 있어 야구장을 찾는 것일 게다. 이러한 면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롯데 자이언츠보다 분명 한발 앞서 있다. 또 이것이 미국과 한국 프로야구의 차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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