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후보자 매수는 유권자 민의 왜곡 중대범죄"
郭, 정당한 방어권 침해 "도주 의사 없다"

(서울=연합뉴스) 검찰이 5일 곽노현 교육감을 소환함에 따라 서울시교육감 후보단일화 뒷돈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달 8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자료를 검찰에 넘긴 이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수사 진척상황이 매우 빠른 편이다.

대가성과 이면합의 등 수사 쟁점도 주변인물 조사를 통해 대부분 노출돼 있다. 곽 교육감은 전날 변호사 사무실에 나와 장시간 동안 검찰 조사에 대비했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곽 교육감의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에 쏠리고 있다. 사실관계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나타난 진실게임 양상도 곧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곽 교육감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은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열한 진술 공방 = 곽 교육감은 수사 선상에 오른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명기 교수에게 선의로 2억원을 지원했다"며 대가성에 선을 그었다. 검찰이 캠프 회계책임자나 선대본부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동안에도 곽 교육감의 입장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하기 직전에도 "선의가 범죄로 곡해되는 것에 대해 인격을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며 전혀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캠프의 회계책임자인 이모씨가 언론에서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어차피 자신은 몰랐다는 주장에서 한 발짝도 꿈쩍 않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박 교수 측이 돈 얘기를 꺼내자 일언지하에 거절해 공식협상이 결렬됐고, 이후 박 교수의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걸 전해듣고 선의로 돈을 줬다는 기본적인 진술구조는 그대로다.

만일 곽 교육감의 주장대로 2억원을 준 것과 회계책임자인 이씨가 단일화 이전에 이면합의를 한 사실이 전혀 별개라면 실무진으로서 이면합의를 주도한 이씨는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6개월)가 작년 12월2일로 완성된다는 추론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곽 교육감은 어찌 됐든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조건 없이 자진 사퇴했던 한 후보가 나중에 선거 빚을 잔뜩 지고 나타나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며 당선된 후보를 찾아왔을 때, 금전 지원을 했다면 그 순간 대가성이 성립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면합의가 있었든 없었든, 알았든 몰랐든, 대가성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더구나 양측 캠프 당사자들 사이에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정황이 있고 곽 교육감이 그해 10월 늦게라도 알게 됐다면 대가성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논리다.

같은 선상에서 곽 교육감이 사법처리된다면 회계책임자 역시 공범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檢 "돈 준 사람 죄질 더 중해" = 검찰은 곽 교육감이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더라도 입증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확보한 녹취록, 정리문건, 계좌추적 자료 등 증거가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묵비하든, 거짓 진술을 하든, 진실을 이야기하든 우리는 그대로 조서에 증거자료로 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곽 교육감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사 내용을 검토해 즉시 신병처리를 검토할지 아니면 재소환할지 판단할 예정이다. 만약 조사 뒤 곧바로 혐의 사실이 특정되면 곧장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돈을 받은 박명기 교수가 이미 구속돼 있기 때문에 돈을 준 곽 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법 논리도 제시하고 있다. 돈 받은 사람을 중하게 처벌하는 뇌물범죄와 달리 선거범죄는 돈을 준 사람이 적극적으로 매수를 한 것이기 때문에 돈을 받은 사람보다 죄질이 중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후보자 매수는 돈으로 사람을 사서 유권자의 정당한 민의를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수사팀 관계자는 "영장 청구의 일차적 이유는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이지만 사안의 중대성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 측은 그러나 대가성, 이면합의 등 사실관계를 치열하게 다투는 사안에서 구속수사를 하는 것은 피의자의 정당한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곽 교육감이 수사가 표면화된 이후에도 교육청에 출근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봐온 점에 비춰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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