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물가-경기둔화 우려 놓고 고민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오는 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물가가 5%대로 치솟으면서 금리인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경기 둔화가 우려됨에 따라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3% 상승하면서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도 0.9% 증가해 지난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향후 공공요금도 인상될 예정이어서 물가상승 압박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6.5%를 기록하며 넉 달째 6%대를 넘어섬에 따라 소비자물가도 장기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적인 불안요인을 고려하더라도 현재의 물가상승 압력은 방치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인플레이션 심리를 잡으려면 9월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8월 물가 급등이 7~8월에 지속된 집중호우와 태풍 등 계절적 요인에 의해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진단, 9월부터는 물가가 다소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9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이자부담이 급증해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기업투자 심리도 위축시킬 수 있어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아울러 오는 8일(미 현지시각)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내용은 이달 말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부양정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은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금융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공시할 예정으로 최근 유로권 경기가 침체되면서 ECB가 금리 인하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에 따라 오는 8일 금통위가 미 연준의 추가 대책이 나온 이후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기준금리는 현 3.25%에서 동결하고 다음 달에 인상한다는 것이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5일 “실기 논란이 대두되겠지만 추석을 앞두고 대외 불확실성과 가계부채를 근거로 9월 금리는 동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의찬 대신증권 연구원도 “과거 추석과 설 등 명절을 앞둔 시기에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 차례 불과했다”며 “명절의 경우 단기적인 화폐수요가 증가하는데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화폐공급이 감소, 단기 시중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UBS도 지난 2일 한은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전망과 9월 FOMC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데다 8월 물가급등은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 만큼 9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10월에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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