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지난 8월 15일 세계 최대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업체인 구글이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였고, 25일에는 스마트 혁명의 선구자인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사임을 발표하는 등 세계 모바일 IT 업계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또한, PC 소프트웨어의 최강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노키아와 손잡고 개발한 노키아900이라는 윈도우7 스마트폰의 출시가 임박하면서, 세계 모바일 시장이 애플-구글-MS로 이어지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3강 체제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하드웨어, iOS 운영체제, 아이튠즈 앱스토어를 결합하여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할 때, 하드웨어 혁신에만 머물렀던 노키아와 LG전자는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게 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 보급하며 애플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구글의 최고 파트너로서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공급하며 구글연합 모바일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여 왔다.

그러나 이번에 특허 분쟁의 해소라는 명분으로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게 되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안드로이드 기반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은 구글의 독자적 생태계 구축의 전조로 보이는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구글에 합병된 모토로라 모바일에 하드웨어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면 모바일 업계에서 설 땅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니 큰일이 아니겠는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장이 모바일 IT만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찌감치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TV 시장에도 진출할 것을 선언한 바 있고, 나아가서 전장품과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아지는 자동차 시장도 넘보고 있다. 우리의 생활환경에 놓여 있는 모든 장치들은 IT와의 융합을 통해 더욱 스마트해지고, 스마트해진 장치의 비즈니스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게 되며, 그 중심에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IT 기술은 정보통신 인프라와 단말기 하드웨어에 치우쳐 온 것이 사실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는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공짜 물건 취급을 받아 왔고,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에의 하청을 통해 받는 하드웨어의 부속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들은 양성되지 못했고, 다소 있더라도 중소기업에서 독자적으로 돈이 되었던 게임이나 포털에 몰려 인력 기반이 취약한 상태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IT 강국으로 자부하던 모습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는 자괴심까지도 들게 된다.

이제 세계 IT 시장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어 가며 비즈니스 생태계도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의 3강 체제로 재편되고 생태계가 수직 계열화되고 있는 모바일 IT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모바일 비즈니스를 큰 틀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즉, 하드웨어, 인프라, 운영체제, 콘텐츠, 마켓 플레이스가 유연하게 결합되는 우리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의 퇴장과 IT 생태계의 급속한 변화를 틈타 국내 기업들은 더욱 공격적인 인수 합병 등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매우 일리가 있다. 이 과정에서 표준 운영체제와 콘텐츠 및 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하드웨어와 인프라 분야는 잘 유지 보존하면서도 혁신적이며 창의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육성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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