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대 로비자금 현금으로 관리한 듯
통화기록·은행출입기록 대조…용처파악 주력

(서울=연합뉴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밝힐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71)씨의 은행 대여금고를 열어 거액의 현금 뭉치를 찾아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검찰은 박씨가 수사 초기인 지난 4월 초 캐나다로 출국한 직후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서울 강남의 자택 등 박씨 소유 주택 두 곳과 모 시중은행 대여금고를 뒤져 쓰고 남은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현금다발과 다량의 서류 등을 압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압수물 내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씨가 지난해 김양(59.구속기소)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정관계 고위층에 대한 구명로비 청탁과 함께 받아간 10억원대의 로비자금을 은행 대여금고(세이프티 박스)에 보관하면서 사용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부회장에게서 "박씨에게 로비자금으로 총 15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박씨는 "받은 돈은 10억원이며 대부분을 정관계 로비가 아니라 사적인 용도로 썼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박씨가 받았다고 인정한 돈을 일일이 확인해 액수를 맞춰보는 등 구체적인 용처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로비자금을 현금으로 넘겨받아 관리해온 탓에 통상적인 계좌추적만으로는 자금의 행방을 찾기 어렵다고 보고, 박씨의 통화내역과 은행 출입기록을 대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실제 돈이 건네졌을 가능성이 큰 로비 대상자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박씨와 가족들의 은행계좌 일체를 압수수색해 입출금 내역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또 압수물에 포함된 서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박씨의 행적을 파악해왔다.

검찰은 통화내역 조회와 압수물을 통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구명로비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작년 하반기 박씨가 자주 접촉했던 청와대와 여권 고위층 인사들을 대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확보된 증거만으로는 소환조사가 쉽지 않다고 보고 박씨로부터 직접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화통화하고 만나서 밥 먹고 골프를 쳤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검찰은 소환에 불응한 채 캐나다에서 5개월 동안 도피생활을 하다가 자진귀국한 박씨를 체포,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구명로비 대가로 15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했다.

검찰은 대질조사 등을 통해 박씨에게 건네진 자금의 용처를 확인하는 작업을 매듭짓고, 이르면 다음 주 중후반부터 박씨가 접촉한 로비 대상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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