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교육으로 인한 인권유린 행태가 이제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법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불법 강제개종교육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는 최근 정부기관과 언론사 앞에서 강제개종교육 철폐와 개종목사 처벌을 위한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아직도 이들의 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는 그간 강피연의 행보와 아울러 강제개종교육 철폐 대안을 살펴본다.

▲ 강제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는 지난 6월 3일 서울 KBS건물 앞에서 개종교육 철폐 및 개종목사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제공: 강피연)

강제개종교육 ‘인권 유린’이 문제다
[천지일보=손선국 기자] 개종목사들이 강제로 개종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에서 신앙한다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개종교육을 시키면서 교육비 명목으로 수십만 원을 요구하고 있어 그들 주장처럼 순수하게 영혼을 살리는 목적이 아닌 ‘돈벌이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종교육을 당한 피해자들은 짧게는 2박 3일, 길게는 수개월 동안 일정한 장소에 감금돼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하고 심지어 화장실 가는 것조차 감시를 받는 등 엄청난 인권침해 속에서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강피연 회원 임은경(35, 여, 광주 북구) 씨는 “지난 2007년 8월경에 남편에 의해 개종교육에 강제로 끌려갔다. 당시 뱃속에는 6개월 된 아기가 있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4시간 2박 3일간 딱딱한 의자에 앉혀서 교육을 받게 해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 강피연 회원 및 대표들이 지난 6월 4일 안산시청 앞에서 정부를 향해 강제개종교육을 자행하는 개종목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사진제공: 강피연)
이들이 더 분개하는 것은 개종목사들이 법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 가족들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개종목사들은 가족들을 선동해 ‘자식이 이단에 빠졌으니 큰일 났다’ ‘그곳은 몸도 재산도 빼앗는다’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다’ 등 근거 없는 말로 위협감을 조장한다고 한다.

강피연 박상익 대표는 “개종목사들이 가족들 사이에 불신을 조장하고 이간질시켜 수면제를 먹이고 손발에 수갑을 채우며 원룸에 감금토록 한다”며 “그래도 안 되면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유도한다”고 개탄했다.

강피연에 따르면 개종목사는 개종교육 장소에 끌고 가기까지 모든 불법적 역할을 가족들이 맡게 해 자신들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부모들은 자식을 개종교육에 어떻게든 데려가기 위해 인권유린까지 자행하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모두 개종목사의 지시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기관, 강피연 호소에… “우리 소관 아니다”
피해자들은 정부기관에 강제개종교육 피해를 알리고 개종목사 처벌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보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저마다 자신들의 몫이 아니라며 해당기관에 사건을 이관하겠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강피연에 따르면 회원들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대통령, 대법원장, 검찰총장, 국회의장, 경찰청장, 국가인권위원장 등의 앞으로 보낸 호소문은 총 80건 정도다.

▲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강피연이 지난 6월 20일 보낸 호소문에 대해 국가기관 등에 의한 인권침해사례를 조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도움이 어렵다는 회신문을 보내왔다. (자료제공: 강피연)
정부기관에서 온 답신에 의하면 대통령은 ‘경찰청 소관사항이므로 해당기관에 이관하겠다’고 했으며 경찰청장은 ‘수사지휘를 관할경찰서로 이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관할경찰서는 ‘개종목사를 처벌하려면 부모를 먼저 고소해야 한다’는 논리로 일관해 피해자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또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우리 위원회는 국가기관 등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안타깝지만 도움을 드리기 어렵다”는 답변뿐이었다.

강피연 장주영 공동대표는 “개종목사는 가족의 사랑을 악용해 법망을 피해 가고 있다”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관공서나 경찰에 호소해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거나 일반적인 ‘가족사’ ‘종교문제’로만 치부해 버리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강피연 측은 “강제개종교육은 가정파탄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이에 “앞으로 공영방송과 언론매체 등을 통해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불법 강제개종교육을 일삼는 한기총을 계속해서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 포럼 통해 강제개종교육 심각성 알려
날로 심각해져가는 강제개종교육 철폐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본지는 지난 7월 20일 ‘종교가 갈 길-종교자유와 인권침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기조발제에 나선 김형석(연세대 철학박사) 명예교수는 “내가 가진 종교가 중요하기 때문에 최고라고 생각하기 쉽다”면서 “대부분 종교인들이 종교적 편견이라는 ‘색안경’ 때문에 타 종교에 대해 제대로 된 시각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강피연 장주영 공동대표는 “이단논쟁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고 종교자유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강피연이 증언하는 개종교육 피해사례를 보면 ‘개종 강요하던 전 남편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사망(故 김선화 씨)’ ‘개종되지 않자 정신병원 수감’ ‘시내 한복판서 봉고차 납치’ ‘수면제‧수갑 동원해 납치’ ‘임산부 납치 개종교육’ 등 수많은 사례가 있다.

이러한 강제개종교육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주게 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손석한 원장은 “피해자들이 겪은 정신적 충격은 의학용어로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로 심한 공포, 무력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동반한다”며 “이는 강도, 집단따돌림, 직장폭력 등을 당한 피해자와 유사한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 원장은 “한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무시한 채 강압적으로 이루어지는 강제개종교육은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폭력’이며 이는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아야 할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강제개종교육 ‘법적 대안’ 마련 시급
강피연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강제개종교육의 폐해는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관련전문가들은 강제개종교육의 심각성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법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동국대학교 김상겸 법과대학장은 “우리나라의 종교문제는 단순히 신앙의 자유를 넘어서 사회문제로 볼 수 있다”며 “종교갈등은 단순한 문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시각에서 종교갈등과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장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박광서 대표는 “종교인권의 첫걸음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자기 신념을 주장·전파하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평화적·비폭력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종교적 입장보다 국민의 행복과 기본권이 우선시돼야 한다”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종교인권과 관련된 헌법 및 법률 조항을 손질할 필요도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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