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는 순간 종교는 종교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고야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정치에 손을 뻗으려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는 서울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기독교당’ 창당 추진을 주장해 열띤 논쟁의 중심에 섰다.

기독교당 창당을 주장하는 전광훈 목사는 창당 이유로 ‘기존 정당들은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종북 좌파를 척결할 의지도 세계 최악인 자살률, 이혼율, 청소년 흡연율, 저출산 등 사회 붕괴현상에 대응할 능력도 없다. 이제 확고한 기독교 윤리에 기반한 정당이 나설 때다’를 내세웠다. 허나 종교의 정치 참여를 찬(贊)하냐, 반(反)하냐를 떠나 기독교당이 그가 말한 ‘확고한 기독교 윤리에 기반한’ 정당이 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 다. 먼저 전 목사의 그동안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가깝게는 지난달 29일 경기 남양주 양수리에서 열린 ‘3000대 교회 초청 기독교지도자 포럼’ 개회예배에서 “우리가 내년 4월에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서 헌법을 개조해 아이 5명을 안 낳으면 감방에 보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는가 하면, 2005년 1월 대구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는 일명 ‘빤스 발언’으로 여신도들에게 성적수치심을 줬다고 보도돼 논란이 된 바 있다. 

2007년 대선 때는 특정후보를 안 찍는 사람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라는 등의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이 외에도 차마 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한 말을 서슴지 않는 등 종교인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행동을 일삼았던 그다. 그런 그가 ‘확고한 기독교 윤리에 기반한’ 정당을 창당하자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더욱 기막힐 노릇은 교회 내 권력과 이권 다툼에 관련된 이들이 기독교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집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서 나랏일을 하겠다는 그 속마음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랏일에 관심 갖기 전에 내 집안부터 ‘확고한 기독교 윤리에 기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순리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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