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성희롱 발언을 해 입방아에 올랐던 강용석(무소속)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의원직을 박탈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제명안에 찬성한 의원이 111명으로 반대한 의원(134명)보다 적었다. 재적 의원의 2/3인 198명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 7월 대학생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여학생을 상대로 “남자는 다 똑같다. 그날 대통령도 너만 쳐다보더라.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 따갔을 것이다”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라는 등 입에 담기 힘든 말을 일삼았다.

게다가 이를 부인하며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다 지난 5월 1심 재판에서 모욕과 무고 혐의가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강 의원의 이 같은 행보에 한나라당, 민주당 등 여야 할 것 없이 “같은 국회의원이라는 게 부끄럽다”고 비판을 쏟아내 강 의원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강 의원 제명안의 부결은 그야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성희롱한 의원을 감싼 것은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벗고 활개치는 모습을 그대로 방치한 꼴이 아닌가.

제명안에 반대한 모든 국회의원을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일을 통해 여야 국회의원들의 윤리의식이 얼마나 저급하고 국회의 자정능력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 실체를 목도한 국민들의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동료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공분을 산 강 의원에게 면죄부를 준 여야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지도자가 잘못 인도하게 되면 그 지도자만 죽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가 큰 혼란을 겪게 돼 죽음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국회가 자정능력과 염치를 회복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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