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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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은 생명, 자유, 재산으로 나열된다. 3가지를 정의한 로크는 재산권을 길게 설명했다. 재산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생명과 자유가 위태롭게 되기 때문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재산을 노동으로 얻는 것을 간주했다. 물론 세습된 재산도 있다. 그건 주류가 아니다. 대부분 국민들은 생업(生業)에 종사하고, 얻는 임금으로 살아간다. 그게 자유주의, 시장경제 사회이다.

헌법 32조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갖는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이는 ‘국민은 다 직업을 갖는다(國民皆勞)’라는 사상과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제23조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구체적으로 생업은 ‘생활의 수단이 되는 직업’을 말한다. 직업은 현대사회의 전문직을 이야기하며, 큰 범주에서 생업에 속한다. 지금 우리사회 집권세력의 소득주도성장, 기본소득제, 주52시간 노동제, 최저임금제, 연금사회주의, 노동이사제, 토지공개념 등은 어느 것 하나 사유재산 친화적 개념이 없다.

그중 주52시간 노동제, 최저임금제는 쁘띠 부르주아(small bourgeoisie, petite bourgeoisie)를 죽이는 꼴이 된다. 이들은 자영업자, 즉 주인이 직접 노동을 하고, 2〜3명을 고용하거나, 연매출 1000억원 이하 종업원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이다. 우리나라는 99%가 이런 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 그 종사자도 1700만이 된다. 이들은 각 산업 영역에서 산업생태계를 형성한다. 이것이 흔들리면 공급망에 차질을 빚는다. 그들이 버티는 힘이 기업가 정신이고, 사유재산제도이다. 기업가 정신을 죽이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박정희·전두환 대통령은 ‘잘살아 보세’라는 정책의 성공으로 ‘세계의 공장’ 노릇을 했다. 그러나 1987년 이후 정권은 결과적으로 누가 많은 중소기업을 죽이는가를 경쟁하듯 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빅브라더 사회’, 즉 전체주의는 중국에 공급망을 옮기는데 바쁘게 했다. 산업생태계가 무너지고, 세계 공급망으로서 그 기능을 상실했다. 그 무너지는 현장을 脫 원전에서 봐왔다. 월성 1호기 가동중단으로 원자력을 만들 플루토늄 추출을 막기까지 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자본가 혐오증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가 난제로 언급된다. 법인세, 상속세, 종합소득세 등 각종 세금으로 이들의 자본축적을 막았다. ‘건달 586 운동권’이 그들을 눈여겨보거나, 옹호해 줄 이유가 없었다.

한국경제신문 고두현 논설위원(12월 31일)은 “생업에서 생이란 ‘생명’과 ‘목숨’의 비밀을 여는 열쇳말이죠. 나무로 치자면 가장 큰 가지, 풀꽃으로 치면 가장 실한 줄기가 곧 생입니다. 갑골문에서 ‘생(生)’은 땅 위로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새싹이 돋아나는 것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지요. 그래서 날 생(生)이고, 낳을 산(産)입니다. 이 글자는 살 활(活)과 있을 존(存)의 뜻까지 아우르지요… 이 가운데 생업(生業)은 우리가 목숨을 영위하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집중하는 일입니다… 생업을 위한 일은 가장 절박하고, 숭고하면서 거룩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모두가 1등인 것이지요. 자기 몸을 오토바이처럼 부릉부릉 달군 사람들의 생은 뜨겁습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시간을 제한했다. 화가 난 자영업자는 광화문에서 성토를 했다. 청와대는 K-방역으로 전 세계에 선전했으나, 생명, 자유 그리고 재산을 인간의 존엄으로 보지 않고, ‘정치 공학적’으로 본 것이다. 결과는 최근 1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대만이 19.3명인데, 한국은 5141명이라고 한다. 정치 방역을 한 것이다. 궁색해진 정부는 코로나 지원금 카드를 꺼냈다. 자영업자 55만명에 500만원씩 선지급한다고 면피성 발언을 하나, 자영업자는 ‘월세 내면 끝’이라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 사설(1월 1일)은 “모든 대내외적 악재 위에 최대의 위험 요인인 ‘정치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면서 경제를 정치화시키고 있다. 여야 모두 재정 여건은 따지지도 않은 채 수조 원, 수십조 원이 소요될 퍼주기 선심 공세를 벌이고 있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재정을 더 푼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불길에 기름을 끼얹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랏빚 1000조원 시대에 접어든 마당에 국가 부채가 고삐 풀린 말처럼 계속 폭증할 경우 우리 경제는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사유재산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는 1987년 헌법 제23조 ②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내세우면 된다. 그 결과가 궁금하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모양 정치화 사회로 만들어가고, 동원사회를 염원하게 된다. 이는 북한과 중국사회가 전형적이다. 말은 공산주의 사회이지만, 자기 ‘끼리끼리 우군’ 사회가 그런 사회이다. 그 사회는 정치적 동원사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곳에는 전문직의 직업군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마추어 사회가 계속된다는 소리가 된다. 신분은 군인이지만, 여기저기 작업현장에 나선다. 하루는 토목공사, 또 다른 하루는 아파트 건설공사, 다른 하루는 재난지원 사업에 나선다. 그곳에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따지는 공정성, 객관성, 노동의 과학성 같은 요소가 고려되지 않는다. 그런 사회라면 당연히 자유가 없고, 책임도 없는 사회이다. 그 사회는 집단주의 체제가 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 정치하는 사람을 두 부류로 봤다. 하나는 정치를 위해서(for politics) 정치행위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에 의존해서(‘off' politics) 그 행위를 하는 방법이다. 후자는 정치를 망칠 수 있다. 즉, 밥벌이로 정치를 하는 것이다. 물론 베버(Max Weber)는 서로 대치되거나,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이념적·실제적으로 양자가 같이 갈 수 있다. 그러나 전자는 내면적으로 정치를 삶의 전체로 생각하는 것이다.

베버는 “속물적 권력을 추구하든, 의식적 자의식의 느낌이든, 경제적 문제의 관점에서 본다”라고 했다. 정치가 경제적 삶의 유일한 수단으로 본다면, 당연히 금권정치가 행해지게 마련이고, 타인의 욕망의 동기를 꺾거나, 경제와 정치가 쉽게 유착이 이뤄진다. 이런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금권정치로 뇌물 사건이 벌어지고, 사유재산 개념에 생업의 치열한 정신이 없어지고, 경제도 망치게 되는 것이다.

그 때 정치의 궁극적 목표가 사회의 구조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를 경직화시키고, 발전을 희석시키게 된다. 물론 그때 정치는 사유재산 늘리는 도구로 전락한다. 건달 586 운동권 세력은 현실을 잘 볼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이념과 코드에 맞으면 ‘끼리끼리 우군’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유재산은 전리품으로 본다. 원시공산사회가 이런 사회였다.

재산의 축적과 직위 획득은 최소한 생업의 치열한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다는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 생업의 충분한 수입을 전재로 하여, 얻는 것이 정상적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적 폭력으로 약탈을 자행하거나, 전리품을 챙기거나 남의 재산을 몰수하면 문제가 생긴다. 아니면 그린벨트를 풀어 전국을 대장동 투기장으로 만든다. 이 때 국가는 정치의 절차적 정당성이 무너지고, 권력은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하게 된다. 공산주의가 달리 망하지 않는다. 다음 정부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하에 사유재산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는 나라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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