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비평은 문학의 해체 과정이다. 동시에 시가 내포하는 현존하는 것들에 대한 의미를 탐색하는 작업이다. 작가의 낯선 시선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길어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러한 비평을 ‘비평’하는 목소리를 담았다. 저자는 최근 시에 대한 비평이 ‘좋은 작품’과 ‘안 좋은 작품’을 갈라서 좋은 작품을 독자에게 널리 알리는 노릇을 했던 과거의 비평과는 달리 비평가조차 해독하기 어려운 작품을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렇다 보니 뚜렷한 느낌을 주는 작품보다 의미가 모호하거나 해석의 틈이 큰 작품을 비평가들이 선호하게 됐다는 얘기다.

저자는 현대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한다. 일반 독자들뿐만 아니라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조차 시가 외면당한다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현대시의 난점은 그것의 난해성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시를 읽는다는 것이 왜 어떤 이들에게 값싼 정서로 보이고 또 다른 이들에겐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예술적 감동으로 다가오는지에 있다”고 강조한다.

즉, 시를 장식하기 위해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수사학이 내포된 언어들이 작품을 가득 채우게 되면서 독자가 그 시를 읽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부자연스럽게 느끼는게 되는 부작용을 생산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 정직하지 못한 글쓰기 버릇에 흠뻑 물들어 있는 시인들을 비판한다. 이와 함께 문학사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시인을 중심으로 시 세계를 훑어보면서 올바른 글쓰기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정훈 지음 / 산지니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