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만 비수기 불구 가계빚 5조 원 늘어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가계자금 비수기임에도 8월 한 달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등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8월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26일 현재 4조 9000억 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2조 6000억 원 증가했고 비은행권에서도 2조 3000억 원이 늘었다.

8월은 통상적으로 다른 달보다 ‘가계자금 비수기’로 꼽힌다. 때문에 이 같은 증가세는 비정상적이라는 게 금융위원회의 지적이다.

지난 6월 29일 금융당국은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연착륙종합 대책’이 발표했다. 그러나 가계부채는 대책 발표 이후 두 달 동안 10조원 안팎의 사상 최대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결국 정부의 대책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정금리 활성화 대책은 은행권의 무관심과 저금리 기조에 막혀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당국은 종합대책 발표 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할 경우 중도 상환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했지만 은행들은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7.14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으로 거론된 ‘변동금리부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의 비중 축소와 고정금리부 원리금 분할상환식 대출 비중 확대’는 차입자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일시에 늘어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은행 역시 만기불일치에 따른 위험관리 비용이 늘어나 금융회사나 차입자들에게 적합성을 갖기 어렵다”면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금융·통화 당국은 물론 정부 재정담당자 등이 모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대책은 민간의 자금수요를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이전시킴으로써 금융권 전체로 볼 때는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도 금리와 가계부채, 부동산시장간 상관관계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한 금통위원은 “금리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을 증대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상승을 통해 가계대출 수요를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위원은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한계 채무자가 채무상환을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게 된다”며 “이는 부동산시장 침체, 건설업체의 자금사정 악화, 금융기관 부실화 등으로 이어져 전체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금융당국은 추석 연휴 이후 상황을 지켜본 뒤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내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전통시장 자매결연 협약식에서 “8월 가계부채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며 “이달 수치를 보면서 다음 달에 추가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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