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 중소기업으로부터 받는 판매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가운데 정부의 수수료 인하 의지가 실현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정부는 동반성장을 강조하며 중소업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대형 유통업체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 6월에는 3개 백화점과 3개 대형마트, 5개 홈쇼핑 업체의 판매 수수료율까지 공개하며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 온 터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공정위는 이달 18일 대형마트 3개사, 홈쇼핑 5개 업체에 판매 수수료 인하를 요청한데 이어 22일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대표를 만나 다시 한 번 자율적인 인하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인하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이 직접 나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 부위원장은 “중소업체들이 납품 시 판매 수수료를 포함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앞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사회적으로 납득될 수준에서 판매 수수료가 결정되도록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지난 6월 판매 수수료율 발표 결과, 같은 매장에 납품하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수료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등 동반성장을 해치는 문제점들이 부각됐기 때문에 공정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6월 수수료율 발표 당시, 3개 백화점 평균 판매 수수료율은 피혁잡화 34.1%, 남녀 정장 33%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협상력이 높은 대기업 위주의 가전제품은 판매 수수료율이 18.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22일 정 부위원장과의 만남 이후 백화점들은 ‘점포관리비 등을 감안할 때 수수료율은 폭리가 아니다’ ‘정부의 압박이 시장논리를 위반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29일 현대백화점은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상황을 지켜볼 문제”라고만 언급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동반성장을 위해 중소기업의 어려운 입장을 전하고 협조를 구한 것일 뿐 인하율이나 시행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주문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또 자율적인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상품군별로 판매 수수료를 공개해 명품업체·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수수료율 차이를 드러냄으로써 인하를 유도한다는 공정위의 입장에 대해서 “이는 업체의 영업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일이며 중소업체 납품 상황을 자세히 검증해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대형마트와 납품업체 간 사용할 표준거래 계약서를 이미 제정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대형 마트에 유리하게 돼 있는 관행을 개선하고 정해진 판매장려금 외에 다른 것을 추가로 요구하거나 계약 기간 내에 장려금을 인상하는 등 부당거래로 인해 겪었던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판매 수수료 인상 논쟁에 대해 안상돈 농협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수료 체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제도화하려는 정부의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같은 매장에 납품하는데도 업체별로 10~20%라는 큰 차이가 생기는 등 합리적인 기준이 없이 시장논리에만 맡겨 놓았던 부분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으려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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